취몽인
2016. 11. 8. 14:45
라면
쉰 넘어
슬픈 일 하나
아무 것도 맛이 없어진 그대
라면
늦은 아침 해장도
배고프지 않은 야식도
대책없는 끼니로도
이제는 심드렁해져 버린 처지
라면
그 집요한 꼬부랑과 함께
생이 불어터져
모든 것이 다 싱겁고
청양도 맵지 않은 무딘 혓바닥이
라면
밋밋한 국물을 들이키다
개수대로 버리면
휘휘 돌다 사라지는
안타까운 기억의 토막 또아리가
천천히 다가오는
나의 소멸이
라면
20161108 /모던포엠 2016년 12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