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舍廊/詩 읽기

오십 미터 / 허연

취몽인 2017. 5. 19. 19:12

 

이미 읽었던 시집인 줄을

다시 한 번 다 읽고나서도 모르고

블로그에 글을 쓰려고보니

같은 제목의 글이 있음을 발견했다.

나는 그 전에, 그리고 지금 무엇을 읽은 것인가?

 

다시 읽은 시들은

경계를 내게 남긴다.

늘 경계를 넘고자 경계를 서성이는,

하지만 그 경계를 넘어도

별다른 건 없음을 미리 아는,

경계 초월 강박증.

그게 시인의 지병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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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한 권을 읽고나니

머리 속에 비스듬한 벼랑이 생겼다

무슨 말을 하고싶은지는 알지만

무슨 말인지는 제대로 모르는

이런 울력은 왜 그만두지 못하는지

 

회색으로 빛나는 이미지만

가슴 속에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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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십구재 / 허연

 

 

사람들은

옆집으로 이사 가듯 죽었다

해가 길어졌고

깨어진 기왓장 틈새로

마지막 햇살이 잔인하게 빛났다

구원을 위해 몰려왔던 자들이

짐을 벗지 못한 채

다시 산을 내려간다

길고양이의 절뚝거림이

여기가 속계임을 알려주고

너무나 가까워서 멀었다, 죽음

 

다음 세상으로 삶 말고

또 무엇을 데려갈 것인가

 

개복숭아꽃이

은총처럼 떨어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