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舍廊/詩 읽기

말들이 돌아오는 시간/나희덕

취몽인 2018. 2. 12. 22:50

 

이 얌전한 시인은

왜 소멸을 깊이 생각하게 됐을까?

가까운 누군가가 떠났을까?

곳곳에

끝의 이미지가 쓸쓸하고 아리다.

아직 떠날 시간은 많이 남았는데

지금 저렇게 먼 곳을 바라보면

가깝게 바라보면

다시 마른 가지에 새 움이 돋게될까?

 

다음 목소리를 찾아봐야겠다.

 

-----------------------------------

 

어떤 나무의 말 /나희덕

 

 

제 마른 가지 끝은

가늘어질 대로 가늘어졌습니다.

더는 쪼개질 수 없도록.

 

제게 입김을 불어넣지 마십시오.

당신 옷깃만 스쳐도

저는 피어날까 두렵습니다.

곧 무거워질 입사귀일랑 주지 마십시오.

 

나부끼는 횡홀 대신

스스로의 관시 되도록 허락해주십시오.

 

부디 저를 다시 꽃 피우지는 마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