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舍廊/詩 읽기
못다한 사랑이 너무 많아서/황인숙
취몽인
2018. 7. 24. 12:43
'거짓말, 엄살, 극단적 나태, 자기 방기, 또 뭐가 있을까.
무능력, 이기심, 허세, 윤리적 우월감, 독선, 의지 박약..
그리고 이제 몰염치! 초등학교 시절 이래 기억을 더듬으며
내 악덕의 목록을 꼽아본다.'
시집 뒷표지에 시인이 써놓은 자기 고백이다.
나의 고백과 다름 아니다.
어쩌면 사람 일반의 고백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고백하므로 시인이다.
끝없는 고백. 끝없는 시
그것만으로 시인의 존재는 의미있다.
더불어 천형같은 쓸쓸함이
도무지 떨쳐지지 않는
만능 소스같은 시작법 레시피 따위
쓸쓸한 사랑을 이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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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의 발견
소스 맛에는 중독성이 있다
때론 소스를 맛있게 먹기 위해
돈가스가 존재하는 게 아닌가 싶다
돈가스 소스는 돈가스를 가장 맛있게 먹을 수 있게
연구하고 만든 것일 테지만
소스만 있으면 어떤 특정한 음식의 맛을
상당 정도 느낄 수 있다
예컨대 맨밥에 돈가스 소스를 끼얹어 먹으면
돈가스와 흡사한 맛이 난다
시작법은 시의 소스
제 소스의 레시피를 가진 시인들이 부럽다
언제라도 한 접시 먹음직한 시를 내놓는 그들!
나는 레시피도 없고
찬장 깊숙한 데서 꺼낸 인스탄트 돈가스 소스는
유통 기한이 1년이나 지났다
그래도 가난한 나는
맛있게 먹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