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舍廊/詩 읽기
나는 지금 이곳이 아니다 /문인수
취몽인
2018. 9. 9. 19:39
시인은 지금 아프다.
어설픈 내 보기에
세상 속에 나를 놓아버리고
자분자분한 세상 속이 되시니
몸도 세상을 놓는게 아닌가 싶다.
편안한 풍경과
조용한 마음이
사소한 주변을 맑은 시로 빗는다.
어느 선배가
시인의 시를 참 좋아하는
이유가 아닐까
혼자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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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 이곳이 아니다
나는 오늘도 내뺀다
나는 오랫동안 이 동네, 대구의 동부시외버스정류장
부근에 산다.
나는 딱히 갈 곳이 없는데도, 시외버스정류장은 그게
결코 그렇지만은 않을 거라는 듯
수십년째 늘 그 자리에 있다. 그러니까,
이 동네에선 골목골목들까지 나를 너무 속속들이 잘
알아서
아무 데나 가보려고,
눈에 짚이는 대로 행선지를 골라 버스를 탄다.
어느날은 강릉까지 표를 샀다, 강릉 훨씬 못미처
묵호에서 내렸다. 울진을 가려다가 또 변덕을 부려
울산 방어진 가는 버스를 탄 적도 있다. 영천 영해
영덕 평해 청송 후포 죽변.....
아무 데나 내렸다.
그러나 세상 그 어디에도 아무 데나 버려진 곳은 없어,
지금 오직 여기 사는 사람들.....
말 없는 일별, 일별, 선의의 낯선 사람들 인상이 모두
나랑 무관해서 편하다
한 노인이 면사무소 옆 부국철물점으로 들어가
한참을 지나도 영 나오지 않는다. 두 여자가 팔짱을
낀 채 힐끗 쳐다보며 지나갈 뿐,
나는 지금 텅빈 비밀, 이곳에서 이곳이 아니다. 날
모르는 이런 시골,
바깥 공기가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