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舍廊/택詩

택시- 어디로 가지요?

취몽인 2018. 9. 22. 20:33



어디로 가지요?

 

한 남자가 첫 출근을 했다

마흔 초반 정도?

어둠이 가시지 않은 주차장에 서서

어둠처럼 주저한다

배정 받은 택시가

한 귀퉁이에서 그르렁 기다렸다

뭐라 많은 것을 들었을텐데

그에게 남은 것은 없다

왜 여기 왔는지는 모른다

그렇지만 알 것도 같다

다 그런 거니까

육 개월전 내 모습이 떠올라 곁에 갔다

어둠 속에 달아 오른 두려움 하나

묻는다

 

'지금 나가면 어디로 가야 하나요?'

 

글쎄요

어디든 가야지요

여기 온 것처럼

그렇게 흘러 가야지요

차마 그렇게 말하진 못했다

 

'지금 살고 있는 동네로 가세요. 맘이라도 편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그는 어둠 속으로 차를 몰고 나갔다

 

육개월전 나처럼

 

1809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