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舍廊/詩 읽기

없는 영혼에도 끝은 있으니 /박철

취몽인 2018. 9. 30. 12:57

 

시인은 많고

시도 많다

하지만

시인이 많다해도

시만큼 많을 순 없다

 

지워지는

김포들, 하늘, 어느 골목, 누군가

시는 도처에 빛나지만

시인이 모두 말할순 없다

 

결국 시인은

시의 끄트머리나 더듬다

혼자 지쳐 꺼지는

약한 불빛 같은 것

 

희미하게라도

정신 밝혀

뭐라 한마디

제 목소리를 내보는 것

 

결국

시인이라는 건

그 정도 역할 밖에..

 

그래도

자기 목소리가 있어

부러운 이 시인은 말한다

 

'왜 아래로 떠오르면 안되나?'

'밑으로 높아지면 안되나?'

 

그게 시인이지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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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정처가 피안이다

누군가 낙엽에 대해 묻는다 하면

뭐라 딱히 말하지 못한 채 살얼음 피는

강물을 거슬러 올라가보자

오래전 아무 생각 없이 이 길 내려갈 때도

초승달만 멀리 내 머리칼 쓸어올렸지

흘러 떨어지는 것이 무언지 알지 못한 채

세월이 이만큼 다가서 나는 또 까맣게 새벽 산 길을 간다

그러나 안으로 흐르는 것, 그 누구든 모른다 해도

가끔은 강물도 조용히 거슬러 흘러간다네

 

어느 식당에선가 묵은밥을 시키며

메뉴판 아래 하얀 낮달이 뜰 때

사람이 다 사람이 아닌 것처럼

달도 다 차오를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때를 기다린다

왜 아래로 떠오르면 안 되나 밑으로 높아지면 안되나

그런 허공에 붙은 파리떼의 간절한 외마디도 크다

나는 오늘 파리의 손바닥에 또 한 손 내밀며

가끔은 강물도 조용히 거슬러 흘러간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