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舍廊/明盛藥局

장질부사

취몽인 2020. 7. 23. 11:40
장질부사


중국집 차리고 며칠 되지도 않아
열 나고 설사 쏟았더니
장질부사라고 했다
당장 문 닫아야 했지만
아버지는 그냥 장사했다
이태 전 옆집 할매
장질부사 걸려 죽었다는데
나도 죽는거 아닌가 싶었지만
아픈 데 정신 팔려 금방 잊었다
병원도 안가고
명성약국 약만 타다 먹었다
짜장면도 짬뽕도 볶음밥도 맛없었다
학교도 못가고 며칠 드러 누웠다
어느 날 일어났다
짜장밥이 먹고 싶어서
담배가게에 배달 다녀오라 했다
짜장밥 해놓을테니
길가에 짬뽕국물 다 흘리고 돌아오니
짜장밥이 놓여있었다
장질부사는 그렇게 다녀갔다
법정 전염병인데
격리 입원해야 하는데
이웃에 배달까지 하며 보냈다
아무도 장질부사 걸린 사람은 없었다
아무래도
그건 장질부사가 아니었지 싶다
그럼 뭐였을까?
명성약국에서는 뭔 처방을 해줬을까?
혹시 장티푸스였나?

2007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