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舍廊/明盛藥局

生의 위치

취몽인 2021. 9. 25.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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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위치



작은 창자 15미터 지점. 리파아제를 뒤집어 쓰고 융털돌기를 스치며 지나가는 중이다. 유년의 프티알렌은 달작지근하게 사라지고, 날뛰던 펩신도 이름 모를 아미노산이 된 지 오래. 꼬인 지 오래된 십이지장을 지날 땐 끝도 없는 서른의 깊이에서 찔끔 솟은 아밀라아제며 리파아제 뒤집어쓰고 주리를 틀어댔지만 체기는 좀처럼 가시지 않았다. 쓸개가 돌을 키우듯 아픈 자식들이 자라고 기름 낀 간이 붓는 동안에도 술은 끊을 수 없었다. 그러저러 밀려온 구절의 골목은 마지막 물기를 뽑아내는데 그래도 곱은 쌓이고 있겠지. 저 굽이 마저 돌면 출구가 보일텐데. 꺾인 발목이 버틸 수 있을런지. 혹시 눈치 없는 용종 몇, 걸음을 막지나 않을런지. 배설 중인 생엔 냄새만 쌓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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