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고독
김기택
쓰다듬기 좋은 흰 털 속에
손바닥에 알맞게 들어오는 야구공만 한 머리통이 있다.
쓰다듬어 주기를 기다렸다는 듯 강아지는 꼬리를 흔든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 그 귀여움에 깜빡 죽어
만지고 안고 비비고 뽀뽀한다.
푸들이라고 한다. 한 달여 전에 분양받았다고 한다.
한창 어리광을 부릴 어린애지만
이 강아지를 고아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는 것 같다.
할 말이 있는 듯 있는 힘을 다해 나를 쳐다보는 눈을 보니
그 속에 아직 강아지가 된 걸 모르는 한 전생이 있는 것 같다.
복슬복슬한 털에 가려져 보이지 않는 당신.
깨물어도 간지럽기만 한 작은 이빨에 갇혀,
눈과 코와 귀에 갇혀, 장난감 같이 으르렁거리는 소리에 갇혀
보이지 않는 당신.
움직이는 것, 체온 있는 것, 살 냄새나는 것, 소리 내는 것만 보면
팔짝팔짝 뛰며 달려들고 깨물고 핥는 당신.
오랫동안 허물없이 함께 지내왔다는 듯
빨간 리본을 달고 종종걸음으로 나에게 달려오는 당신.
왜 그 어린 고독 속에 들어가 있나요.
옛날에 갇혔던 늙고 정든 고독은 어디에 있나요.
멍멍 짖는 소리 안에 말과 울음을 모두 가두고 있는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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