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舍廊/왼쪽 이야기 22

걸음

. 걸음 나는 이제 빠르게 걷지 못한다 나는 이제 멀리 걷지 못한다 나는 이제 천천히 걷는다 나는 이제 멀리 가지 않는다 나는 이미 제법 멀리 왔으므로 걷지 않아도 괜찮다 더 가지 않아도 괜찮다 아픈 내 걸음이 아주 쉴 수는 없다 돌아가는 일도 멈추는 일도 걸어야 하니까 그저 발목의 목소리를 따라 천천히 걷다 쉬다 한다 그래도 내 걸음은 장하다 여기까지 여기에 기어이 나를 세워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