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음 . 걸음 나는 이제 빠르게 걷지 못한다 나는 이제 멀리 걷지 못한다 나는 이제 천천히 걷는다 나는 이제 멀리 가지 않는다 나는 이미 제법 멀리 왔으므로 걷지 않아도 괜찮다 더 가지 않아도 괜찮다 아픈 내 걸음이 아주 쉴 수는 없다 돌아가는 일도 멈추는 일도 걸어야 하니까 그저 발목의 목소리를 따라 천천히 걷다 쉬다 한다 그래도 내 걸음은 장하다 여기까지 여기에 기어이 나를 세워놓았다 詩舍廊/왼쪽 이야기 2022.02.14
느린 곳으로 느린 곳으로 뛰지 못한지는 수십 년 빨리 오래 걷지 못한지도 십 여 년. 강제로 느린 삶을 산다. 슬슬 내게 맞는 속도의 세상을 찾아 그곳에서 살 준비를 해야겠다. 생각해보면 느리게 걸어 불편한 건 별로 없었다. 밥벌이 끊겼을 때 노가다 못한 정도. 좋은 나라다. 191022 詩舍廊/왼쪽 이야기 2020.05.18
첫 계단 첫 계단 자주 걸음이 굳는다 그저 저기로 한 두 걸음을 딛었을뿐인데 발목은 뜨겁게 일어선다 부러질 수 있다는 생각과 굴러떨어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멀지 않았다는 생각도 그때는 반드시 올 것이고 많은 것이 멈출 것이다 계단을 오른다 창밖으로 가는 눈이 내리고 난간.. 詩舍廊/왼쪽 이야기 2020.01.06
오른쪽에게 2 오른쪽에게 2 평생 내 몫의 짐까지 오롯히 져온 그대 둘이 가는 길 곁까지 부축하며 혼자서 걸어온 그대 오늘 버스에서 내리다 휘청하는 그대를 보네 굳이 참는 아픔 한 묶음도 같이 휘청이는 그대 그간 대단하진 않았지만 제법 먼 길 걸어온 건 묵묵한 그대 넓은 어깨 덕이었는데 .. 詩舍廊/왼쪽 이야기 2019.06.25
속도 속도 두 발로 달려본 지 참 오래됐다 한 이십 년쯤 됐나 힘껏 달려본 건 더 오래됐다 한 사십 년 됐지싶다 이젠 꿈속에서도 달리지 않는다 모두가 달리면 차라리 섰다 걸었다 뒤지는 것보다는 다른 경주에 참여하는 것이 차라리 나았다 어쩌다 달려야만 한다는 곳에 섰다 어서 달려야한다.. 詩舍廊/왼쪽 이야기 2017.12.03
주먹을 편다는 것 주먹을 편다는 것 왼발을 보셨나요 당신의 일생을 힘껏 지탱해온 보통의 오른 발 곁에 선 초라한 친구 내 경우엔 세 살 이후 애물단지로 구박만 받아온 계단을 올라도 그저 따라오르기만 하던 가늘고 비겁한 친구 너만 아니었음 나는 하늘을 날았으리 발목 가는 참 그 친구 하루 .. 詩舍廊/왼쪽 이야기 2017.05.22
달리기 달리기 버텨 내가 달려 그저 쓰러지지 않게 버텨 좁은 운동장 대각선이 흔들린다 왼쪽으로 자꾸 왼쪽으로 속도가 위태롭다 꺽이지마 끝나가 저기야 버텨 좀 더 버텨 오후는 빗발로 쏟아진다 사선에 걸린 골인 기우뚱 빗금의 안간힘 버텼어 버텨서 버틸 수 있었어 1.5와 0.5 합치면 2.0 펄떡.. 詩舍廊/왼쪽 이야기 2017.05.05
무릎 무릎 무릎이 아프다 수술을 했다 무릎은 여전히 아프다 수술은 그저 아프다 창밖에 비가 내려 무릎이 아프 다 꽃잎이 떨어져 아픈 무릎에 빨갛게 맺힌다 벨이 울리고 개가 짖는다 문을 열자 무릎이 아프다 개가 제 꼬리를 문다 말리자 무릎이 아프다 개도 아프다 시간을 갈던 믹서기 무릎.. 詩舍廊/왼쪽 이야기 2017.05.04
그런데 왼쪽은 그런데 왼쪽은 위에서부터 안압이 높아 녹내장의 위험이 있다 만성치주염으로 윗 어금니들은 곧 다 빠질 지경이다 갑상선염이 의심된다 모른 사이에 지나간 폐질환 후유증이 보인다 역류성 식도염이 있으며 위축성 위염은 만성이다 알콜성지방간 증세와 중성지방이 과다한 것은.. 詩舍廊/왼쪽 이야기 2017.03.20
왼쪽 170314 왼쪽 170314 오늘은 발과 종아리가 한 덩이다 걸어도 발목은 굽지 않는다 영 이럴 수도 있다 다리가 아닌 작대기가 되는 일 그러면 횡재다 장애인이 될 수 있다 詩舍廊/왼쪽 이야기 2017.03.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