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舍廊/꿈 12

꿈. 중세

. 꿈. 중세 낡고 낮은 성체에서 한 사내를 죽였다. 낯 선 여자들과 혼음을 하고 죽은 사내가 다시 살아났을 때 서둘러 그를 관속에 집어넣고 마차를 몰아 성을 빠져나왔다. 등장인물은 많았으나 아는 얼굴은 하나도 없었다. 심지어 나조차 낯선 이였다. 윤곽이 굵은 사람들 모두 비웃음을 흘리고 있는 사람들 남자건 여자건 완벽한 타자들 속에서 어이 없는 과거의 땅에서의 살인과 섹스 나는 왜 그곳에 갔을까? 누가 나를 데리고 갔을까? 단 하나의 짐작이라면 카프카. 그가 불렀을까? 220507

詩舍廊/꿈 2022.05.07

반고개

반고개 경애가 나타났다. 내 평생에 가장 그리고 늘 미안한 내 모든 사랑은 문드러진 반고개에서 시작되었고 절반 이상은 옛 반고개의 높이가 남아있었던 내당교회에서 비롯되었다 앙상한 종루 언덕 앞으로 고개를 불쑥 내민 화단 교회 뒤편의 작은 마당 그리고 오르막 오른편의 교회학교 꼬마들에게 깊은 인사를 건네던 조장로가 늘 서있던 종루에 기대어 경애는 내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침묵에는 분노와 배신감이 철철 넘쳐나고 있었다 오래된 사랑 나는 그걸 알고 있었고 오래 모른 척 했다 계속 그랬어야 했지만 아는 척을 했고 그녀는 기뻐했다 그녀는 몰랐다 아는 척은 사랑이 아님을 그걸 알게 된 순간 그녀는 불타버렸다 서울로 올라온 뒤 몇 년 뒤 교회에서 본 그녀는 만삭이었다 류장로네 네명의 아들 중 허우대는 ..

詩舍廊/꿈 2022.0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