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舍廊/책과 문화 읽기 504

나는 어떻게 글을 쓰는가

. 13명의 한국 소설가와 6명의 아시아권 작가들이 나는 어떻게 글을 쓰는가 라는 주제로 글을 썼다. 이 책의 독자는 과연 누구일까? 좀 더 엄밀히 따져 이 책의 마케팅 타깃은 누구일까? 아마 글 쓰기를 하고 있거나 작가가 된다는 것에 대한 막연한 꿈을 가지고 있는 사람일 것이다. 이 사실은 시나 문학이 존재할 수 있는 범위가 달을 둘러싼 달무리 정도라는 것을 말해주는 것 같다. 당장 나만 해도 자선 바자회 헌책 판매코너에서 이 책을 굳이 고른 이유가 내 글을 쓰는 데 무슨 도움이라도 되지 않을까 였으니. 시집은 이제 시인이 되고 싶어하는 또는 시인을 동경하는 얼치기 딜레땅뜨들이 없으면 아무에게도 팔리지 않는다. 이 좁은 땅에 자신을 시인이라고 소개하는 사람 8만명이 잘 나가는 소수의 시인을 잘 나가게 ..

부르디외와 한국사회

. 가난한 자들이 왜 부자들의 정책을 지지하는가? 이 오래 되고 답답하기 그지 없는 질문에 대한 답을 부르디외로부터 어느 정도 들을 수 있다. 우리는 여전히 계급사회 속에 살고 있으며 그 계급은 더욱 굳건하게 나눠지고 단단하게 지켜지고 있다. 그 힘은 과거에는 자본이나 정치의 독점으로 비교적 선명하게 드러났으나 지금은 그 독점 세력들의 윤곽이 희미해졌을 뿐 아니라 인식하지도 못하는 차원의 자동화 시스템적 권력이 되었다. 그들은 보이지 않게 지배하고 착취하며, 우리는 스스로 만족하다 세뇌 당한채 지배당하고 착취 당하고 있다. 아비투스는 수렴과 지움을 확대 재생산하며 계급의 격차를 보이지 않게 공고히 한다. 그러니까 우리는 웃으며 죽고 있는 셈이다. 가난한 자는 스스로 살만한 자라 여기며 조금만 더 상승하면..

감히, 아름다움

. 감히, 아름다움 아름다운 책을 만났다. 페이스북 어느 친구가 언급한 책인데, 제목이 나를 사로잡았고 바로 주문했다.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 막상 스스로에게 이 질문을 던지면 막연하다. 관념이어서 그런가? 꼭 그런 건 아닌 것 같다. 감동? 시각적 호사? 책을 덮을 때 스스로 답을 적을 수 있기를 바란다. 이 음악가는 어떤 때에 일어나는 시심을 아름다움일거라 말한다. 그 때는 풍경 앞일 수도 있고 어떤 상황 속일 수도 있지만 대체로 슬프고 대책 없는 약동이 일어나는 때라고 말한다. 구체적으로 그에게는 어떤 것이 스러져가는 沒의 순간이 그 때라는군. 내게 아름다움이 격동했던 때는 언제인가? 요즘 같이 산등성이에 연두가 천천히 차오른 때. 하조대 바위틈으로 짙푸른 파도가 하얗게 부숴질 때, 택시 운전하던 ..

물과 꿈 / 바슐라르

. 바슐라르 다시 읽기 두번째, 물과 꿈. 그렇지 않아도 읽어내기 쉽지 않은 바슐라르를 40년전 번역된 책으로 읽는 건 고통스러웠다. 몇번이고 최근에 이학사에서 새로 번역되어 나온 책으로 갈아타고 싶었으나 '불의 정신분석'을 읽은 탄력으로 버티며 읽었다. 결론은 다른 번역으로 다시 한번 읽자는 다짐이 되었지만, 그 또한 비교치가 필요하므로 참고 읽은 건 잘했다 싶다. 철들기 전부터 나는 잠드는 일이 바다로 항해를 떠나는 일이었다. 이부자리에 모로 누워 미지의 바다로 출렁이며 나서는 동안 스르르 잠들곤 했던 일은 불과 10년전까지도 이어졌으니 내 꿈은 바다 한가운데서 꾸어졌다고 해도 될 것이다. 바다, 그리고 물. 인간의 근원적인 출발점 또는 안식처의 이미지. 부드럽게 흐르고 모든 것을 감싸지만 스스로 형..

공정하지 않다

. 90년대생. 요즘말로 이대남,이대녀들. 우리집 딸들 바로 다음 세대들. 부모보다 못 사는 최초의 세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그들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 책을 다 읽고 나니 다소 이해가 된다. 그리고 무책임 했던 586의 한 사람으로 반성한다. 그리고 이 꽉 막힌, 586 엘리트들이 지들끼리 잘 사느라 힘든 586을 방치한 결과 해결하지 못한 불평등, 불공정의 세상을 바로 잡을 가능성이 그들에게 있다는 희망도 본다. 이해를 넘어 응원이 필요하다. 일독을 강력히 권한다.

주기율표

. #주기율표 큰 애가 도서관에서 빌려준 #프레모레비의 주기율표. 어제부터 몸이 좀 아파 드러누워 있지만 빌려온 책은 늘 먼저 읽어야 하는 법. 화학자가 쓴 베스트셀러. 회고록 같기도 하고 에세이 같기도 하다. 중고등학교 때 물리와 더불어 그렇게도 어렵고 싫었던 화학. 난감했던 주기율표. 21 가지 원소와 프레모레비 삶의 대위법. 만약 어릴 적에 읽었으면 지금 이과출신이 됐을 수도.. ㅎㅎ 사람의 생각은 전공과는 별개로 깊어질 수 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