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자의 아침 /김소연
. 강과 나 / 김소연 지금이라고 말해줄게, 강물이 흐르고 있다고, 깊지는 않다고, 작은 배에 작은 노가 있다고, 강을 건널 준비가 다 됐다고 말해줄게, 등을 구부려 머리를 감고, 등을 세우고 머리를 빗고, 햇빛에 물기를 말리며 바위에 앉아 있다고 말해줄게, 오리온 자리가 머리 위에 빛나던 밤과 소박한 구름이 해를 가리던 낮에, 지구 건너편 어떤 나라에서 네가 존경하던 큰사람이 죽었다는 소식을 나도 들었다고 말해줄게 돌멩이는 동그랗고 풀들은 얌전하다고 말해줄게, 나는 밥을 끓이고 담배를 끊고 시간을 끊어버렸다고 말해줄게, 일몰이 몰려오고, 알 수 없는 옛날 노래가 흘러오고, 발가벗은 아이들이 발가벗고, 헤엄치는 물고기가 헤엄치는 강가, 뿌리를 강물에 담근 교살무화과나무가 뿌리를 강물에 담그고, 퍼덕이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