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매는 사람 / 김애리샤 그는 평생 김매는 사람이었다 배추밭에 감자밭에 어린 수수밭에 자라나는 잡초들을 뽑아내느라 고개를 들어 본 적이 없었다 모낸 논에, 살아 보겠다고 자라나는 피들을 뽑아내느라 그의 발은 언제나 부르터 있었다 그의 가슴과 등은 그대로 밭이고 논이었다 잡초들을 뽑아내며 피를 뽑아내며 그는 마음 속 그리움들도 뽑아내려 에썼다, 그러나 김을 매거 또 매도 사라지지 않는 풀이 있었다 아무리 밟아도 아무리 뽑아도 죽지 않는 고향 아버지는 평생 북쪽에 두고 온 마음밭 김을 매셨다 -김애리샤 걷는 사람. 2021 -------------------------------------- 내 앉은 이 곳은 내 아버지가 남긴 묵정밭 소출에는 관심이 없고 그저 마른 풀만 뽑고 있노라면 깡마른 아버지 입성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