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이 다시 길이 다시 오고 있다 천천히 그러나 분명하게 아직은 구비 끝에 나타나지 않았지만 내비게이션을 켜고 잔돈을 챙기고 운행시작 기록 버튼 몇 개를 누른 후 물 한 잔을 마시면 나를 향해 출발할 것이다 8개월만에 차갑고 무거웠던 새벽 길고 슬펐던 밤의 기억과 함께 고단한 자유는 멀지 .. 詩舍廊/택詩 2020.02.06
길 190313 길 190313 당신에게 가기 위해서 반드시 당신을 거치지 않으면 안된다는 사실은 슬픈 일이다 오늘 같은 날 그저 누군가의 조바심으로 조금은 빨리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저 끝에 선 당신을 잡아당겨 보지만 당신은 완고하게 차곡차곡 일어서 단 한 바퀴씩만 허락한다 한 사람의 당신을 .. 詩舍廊/택詩 2019.07.23
야간근무 야간근무 밤에 일 하는 게 좋다 아침 나절 식구들 모두 출근한 후 혼자 느즈막히 일어나 같이 딩구는 게으른 강아지 따뜻한 배를 쓰다듬다 정오쯤 된장찌개에 밥 한 술 비벼 먹는다 다시 침대에 누워 시집 한 권, 에세이 한 권 뒤적뒤적 읽다가 맘 내키면 짧은 글도 쓰고 페북에 헛소리 좀 .. 詩舍廊/택詩 2019.06.25
쉬는 날 쉬는 날 일주일에 그저 하루 쉬는 날은 조붓하다 눈을 뜨면 지난 밤 술기운이 묵직한데 그래도 아직 하루는 푸짐해서 좋구나 머리맡 냉수 한 사발 텁텁한 며칠 씻어내면 겨드랑이 밑에 잠든 강아지 코고는 소리 당장의 할 일 없으니 이놈 깨워 뭣하리 식구들은 모조리 돈 벌러 나가고 어.. 詩舍廊/택詩 2019.06.25
발각 발각 내 언젠가는 요런 꼴 당할줄 알았지 만원버스 한 귀퉁이에 찌그러져서 시 몇 편 읽고 있는데 소주 냄새 확 풍기는 사내 하나 일갈 지랄하고 자빠졌네 잘난 놈이네 씨발 더럽게 재수없네 퉤! 어이도 없고 뭐라 대꾸할 말도 없어 멀뚱히 쳐다보는데 아, 글쎄 내 속에서 불쑥 이 소리가 .. 詩舍廊/택詩 2019.06.25
길 190401 길 190401 밤새 하루치 길을 다 밟고 남이 밟는 길에 실려 집으로 간다 저 너머 한사코 오늘을 가로막고 버티는 새벽 외투가 푸르다 봄이라는데 아직 발목은 시리고 여전히 견고한 발자국들 끌고 끌며 그만큼 다녔건만 눈앞엔 또 길이 한가득 그럴수 밖에 돌아보면 내가 막 지나온 길마다 .. 詩舍廊/택詩 2019.06.25
어떤 포구 기행 어떤 포구기행 두 달째 이 책을 다시 읽고 있다 하루에 한 곳, 어떨 땐 사흘에 한 곳 시인이 떠도는 어느 포구를 등 뒤에서 함께 보는 일 그의 바다는 늘 조용하고 낮고 어슴프레하다 오늘은 시인을 따라 사계포구를 거닐었다 삼방산 아래 곱게 휘도는 바다 좋아하는 형님과 보고싶은 목사님이 사는 그 바닷가 눈을 감으면 그분들의 조용한 웃음같은 파도가 내 발치를 적시는 것 같다 하지만 이제 그만 발을 닦고 돈벌러 나갈 시간이다 제주도 가는 콜이 뜨면 좋겠다 ㅎㅎ 190513 詩舍廊/택詩 2019.05.13
길 190415 길 190415 잔돈 삼만 원 블루투스 이어폰 아이코스 실탄 열 발 단팥빵 하나 핸드폰 교통카드 한 장 시집 한 권 가방에 쓸어담고 길을 나선다 모든 길은 누군 가 먼저 지나간 흔적 따라만 가는데도 걸음은 무겁다 밤이면 자주 지나온 길을 생각한다 레퀴엠에 뒤섞여 진저리치는 그저 부끄럽.. 詩舍廊/택詩 2019.04.15
택시 일 년 택시 일 년 훌쩍 일 년이 지났다. 쉽진 않았다. 늘 때려치고 싶었다. 그간 300일을 일하고 대략 10만 킬로미터를 달렸다. 년 수입은 3천만원 정도. 하루 일당 10만원 꼴이다. 초라하지만 귀하게 썼다. 위장병이 살짝 생겼고 오른쪽 무릎 퇴행성 관절염이 악화됐다. 텔레비전을 안보게 되었으.. 詩舍廊/택詩 2019.03.21
교포 교포 남구로나 대림 좀 멀게는 안산에 가면 남루한 차이나타운이 가득하다 우리는 동포라 하는데 자기들은 중국인이라 말하고 생각하는 얼굴 검은 사람들이 가득하다 뒷자리에서 쏟아놓는 두 나라 말 개고기 냄새와 튀긴 양고기 냄새가 섞인 한 번도 김치 냄새는 풍기지 않는 저들에게 .. 詩舍廊/택詩 2019.0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