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든지 떠날 수 있다
. 언제든지 떠날 수 있다 지금까지 열다섯 개 이빨이 빠졌다 빈 자리는 몇 없다 볼트로 채워졌다 입구는 언제나 먼저 봉쇄되는 법이다 가늘고 짧은 왼쪽은 십 년 전에 기울었다 오래 걷지 못하고 마디는 쉬 아픈데 멀쩡한 오른 어깨는 왜 반대로 기우는지 작년에는 묵은 뿌리를 바다에 버렸다 근거는 흘러갔고 가지도 늙는 중 아직은 미련하게도 욕심 몇 점 여전해 세상에 내가 속해도 세상을 이겨보겠다 꼿꼿이 고개 들고 먼 길을 바라보는데 자꾸만 울리는 소리 언제든지 떠날 수 있다 선 자리 흔드는 시간의 실금들 가슴에 무릎에 조금씩 그어지니 오래된 동행의 얼굴 미안하기 그지없다 2203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