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완事物, 지갑 오른쪽보다 한 치는 낮은 왼쪽 궁댕이 집을 나설 때면 남자는 주머니에 돈이 좀 들어있어야해 어머니 말씀으로 높이를 채운다 지전 열 몇 장 카드 두 개 운전면허증과 버리지 못한 영수증 따위로 빵빵해진 지갑 왼쪽 뒷주머니에 꽂는다 이 년전 생일에 둘째가 사준 것이다 돌이켜보면 한 번도 내 손으로 지갑을 사본 적 없다 돈 벌어오라고 꽉꽉 채워 오라고 그 밥 먹고 산 식구들이 사줬다 한 때 끈 떨어져 빚으로 먹고 살 때도 지갑은 어떻게든 채워졌었다 밑천처럼 노자처럼 마중물처럼 개평처럼 빈 궁댕이에 납작 엎드려 맥 없는 걸음을 재촉했었다 지금은 책상 한 켠에 던져놓은 자존심 겉은 검고 속은 고동색 닥스 열흘째 한 푼도 드나들지 않은 느린 생계 기우뚱 주저앉은 왼궁댕이 혼자 결핍이 서럽고 이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