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던포엠 6월호에 졸작 詩 두편이 실렸습니다
오~ 오~다리
잔 돌 우르르 비탈진 골목 두 개
비껴 달려 껑뚱껑뚱 내려가면
비밀처럼 드리워진 이금못이 있었다.
아버지 말로는 낚시도 했다는데
개구락지 밥 걸죽하게 끌려오는 못에서
낚시하는 사람은 하나도 없고
삭은 타이어 잘라 고무줄 만드는 아저씨와
철개이 쫓는 아이들만 칠랄팔락 했었다.
겨울 아이들 삼킨 얼음 숨구멍 자리
버려진 탯줄 보자기와 개구리 한 마리 무심하게 끔벅거리고
꼬리에 호박꽃 가루로 화장시킨 부리 한 마리
나이롱 끈에 달려 비루하게 날고 있었다.
오~오~ 다리 오~오~다리
뚝방을 달리며 빙빙 도는 아이들 소리
저 멀리서 놋쇠 꼬챙이 같은 수놈 부리 한 마리
꺼떡꺼떡 날아와 집적대더니 푸드득 가짜 암놈 꼬리를 덮쳤다.
휙 잡아챈 꼬맹이 나이롱 줄 끝에서
속은 줄도 모르고 헐떡이던 푸르른 욕정
바람이 서쪽에서부터 불그레한 하늘을 몰고 오는 시간
고함지르는 아이들 손가락 사이에서
실패한 사랑은 진저리를 치고
오래되고 조금씩 묻혀져 가던 이금못이
오~오~다리
저무는 시간을 오래 오래 불렀었다.
좁은 풍경
가는 귀가 살짝 먹은 어머니가 거실에서 목놓아 TV를
보고 있다. 아래로 흐르는 수상기 속 낯 익은 얼굴들이
치고 받고 욕하고 고함치고 운다. 욕망의 불꽃은 치열
하게도 타오른다. 마음이 아픈 아내는 안방 문을 걸어
잠그고 깜깜하게 잠들어 있고 아이들은 제 방에 슬어
이어폰으로 바깥을 틀어막고 있다. 내가 있을 곳은 화
장실 아니면 거실과 연한 주방뿐. TV가 비스듬히 보이
는 식탁에 앉아 귀로는 싸구려 격정에 쫓기고 눈으로는
니어링을 읽는다. 그는 100세에 좋~아! 하면서 꺼지듯
세상을 떠난다. 네 쪽 남은 책. 책 속의 풍경은 고즈넉
하고 호흡조차 느린데 자꾸만 TV 속 여자의 악다구니
떠나는 니어링을, 따라 나서는 나를 예리하게 붙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