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2011년 8월31일 Facebook 이야기

취몽인 2011. 8. 31. 14:08
  • profile

    시 두편 모던포엠 9월호에 실렸습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실려 오늘 책이 왔네요.^^

    ............................................

    詩償式

     

     

     

     

    詩가

    償을 받는다

     

    詩와 노는 일이

    가장 즐겁다는

    그래서

    평생 詩와 놀겠다는

     

    중늙은이

    詩가

    償을 받는다

     

    부러운 박수와

    질투어린

    악수가 어울리고

     

    허기진 골목길 끝

    배고픔과

    사치연하는 면박과

    아내의 주름이 고맙다는

     

    우정

    슬픈 詩가

    상을 받는다

     

    꽃 한 송이 전하고

    돌아서는 길

     

    홀랑 타버려

    머쓱한 남대문이

     

    詩償式

    부끄러운 꿈을 버려야

    詩人이라

    시커멓게 책망한다

    ..............................................

     

    수염

     

     

     

    머리가 듬성 비면서

    나는 자꾸

    수염을 길렀으면 한다

     

    일주일 남짓 길러

    눈 아래 삐죽 비치는 수염을 보면

    클린트 이스트우드

    질끈 씹고 있는 시가처럼 멋있다

     

    머리가 듬성 빈 나를 보며

    아내는 극구

    내 수염을 거부한다

     

    이삼일 버텨

    인중에 까칠함이라도 비칠라치면

    텔레비젼 속 비렁뱅이

    덕지 앉은 게으름이 보인단다

     

    내 빈한한 수염의 길이에는

    가지를 뻗으려는 내 수작과

    뿌리를 내리라는 아내의 경계가

    아슬아슬 지금도 대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