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 두편 모던포엠 9월호에 실렸습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실려 오늘 책이 왔네요.^^
............................................
詩償式
詩가
償을 받는다
詩와 노는 일이
가장 즐겁다는
그래서
평생 詩와 놀겠다는
중늙은이
詩가
償을 받는다
부러운 박수와
질투어린
악수가 어울리고
허기진 골목길 끝
배고픔과
사치연하는 면박과
아내의 주름이 고맙다는
우정
슬픈 詩가
상을 받는다
꽃 한 송이 전하고
돌아서는 길
홀랑 타버려
머쓱한 남대문이
詩償式
부끄러운 꿈을 버려야
詩人이라
시커멓게 책망한다
..............................................
수염
머리가 듬성 비면서
나는 자꾸
수염을 길렀으면 한다
일주일 남짓 길러
눈 아래 삐죽 비치는 수염을 보면
클린트 이스트우드
질끈 씹고 있는 시가처럼 멋있다
머리가 듬성 빈 나를 보며
아내는 극구
내 수염을 거부한다
이삼일 버텨
인중에 까칠함이라도 비칠라치면
텔레비젼 속 비렁뱅이
덕지 앉은 게으름이 보인단다
내 빈한한 수염의 길이에는
가지를 뻗으려는 내 수작과
뿌리를 내리라는 아내의 경계가
아슬아슬 지금도 대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