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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십육년전 이 무렵.
혼자서 원고지 오백장 가방에 넣고
감포를 찾은 적이 있었다.
방파제가 창너머로 보이는
선창옆 여관에서 지냈던 밤.
바람이 요란스럽게 불고
비 또한 밤새 쏟아졌었다.
쉬 잠이 오지 않아 내다본 창밖엔
시커먼 동해 바다가 방파제를
넘나들며 혼자 울고 있었다.
오늘 밤.
바다는 참 멀리 있지만
그날 밤의 울부짖던 희뿌연 파도가
어둑한 아파트 창가에 부딪혀
나를 또 쉬 잠들지 못하게 한다.
내가 쫌만 더 젊었더라면
아마도 자리 박차고 이 밤을 달려
내 추억의 바다, 감포로
그 격정의 소리를 맞으러 갔으리라.
나이 들어 참 다행이다.
그렇지 않은가? 알만한 친구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