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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말이 다되도록 마감은 커녕
개시도 못한 주제에
약속 깨져 혼자 짬뽕 한그릇 먹고
한강변 차 속에 비스듬히 누워
년전에 세상 떠난 선배의 시를
읽는다.
죽어 가며 이야기하는 선배의
이야기들. 다시 봐도 가슴이
먹먹하다. 그래도 그 형은 내게
용기를 준다. 이깟 삶의 불형통쯤
아무것도 아니라고. 살아있다는
것은 무한정 많은 가치 속에
빠져있는 것이라고.
멍 흐르는 강을, 형의 시를 번갈아
보고 있는데 문자 두개가 왔다.
하나는 임플란트 빨리 진행하자는
치과. 또 하나는 공동 시집 원고
마감 독촉이다. 살기 위해 치과는
곧 가겠노라 답장을 보내고 출판사
에는 답을 못했다.
좀 전에 읽은 형의 싯귀 때문이다.
한 말도, 부른 노래도 얼마였는지
그런데 아직 제대로 한마디도
'내 말'이 없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