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적을 떼어내는 밤
막 지워지는 밤 배
어둠의 곁에서 떨어져 나간다
까물한 고물에 누워
왼 무릎 위로 오른 발 올리고
갈라진 바닥에 스테로이드를 바른다
금방 무뎌지는 각성들
스며들기 전에 배는 사라질 것이다
불균형은 경사를 낳는다 뱃전은 왼쪽으로 기울고 오른쪽은 높아진다
반은 나 반은 나 아닌 바닥이 간지럽다 표면을 잃은 각성들의 번식 세
상 끝까지 나를 전하라 물 위를 걸어오는 집요함 바다는 어둡게 증발
한다 모서리가 지워진 배가 부조리하게 떠내려간다 다시 오른 발바닥
을 왼 무릎 위로 얹고 틈을 비집어 부푼 각성을 끄집어 내는 이가 누군
지 나는 모른다 경계에서 버티던 물고기 한 마리 피를 쏟고 떨어져 나
간다 빈 바다를 하얗게 흐르는 하루 치의 비늘들 스테로이드를 뱉어낸
바닥이 왼 무릎을 내려온다 찢긴 상처들 사이로 재빨리 숨는 각성들 자
라난만큼 제거 당한 무게 또는 두께를 기억하며
뱃전이 수평을 찾자 바다는 돌아왔다
복구된 하루와 약간 두꺼워진 바다
항해는 천천히 이어지고
어둠은 멀리서부터 내일의 윤곽을 밀어넣는다
알지 못하는 항구가 저 멀리 깨어난다
발바닥이 꿈틀,
첫 퇴적은 다시 시작되고 있다
2013. 8. 28 / 2013. 9.25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