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舍廊/明盛藥局

퇴적을 떼어내는 밤

취몽인 2019. 12. 25. 11:33

 

 

 

 

퇴적을 떼어내는 밤

 

 

막 지워지는 밤 배

어둠의 곁에서 떨어져 나간다

 

까물한 고물에 누워

왼 무릎 위로 오른 발 올리고

갈라진 바닥에 스테로이드를 바른다

금방 무뎌지는 각성들

스며들기 전에 배는 사라질 것이다

 

불균형은 경사를 낳는다 뱃전은 왼쪽으로 기울고 오른쪽은 높아진다

반은 나 반은 나 아닌 바닥이 간지럽다 표면을 잃은 각성들의 번식

상 끝까지 나를 전하라 물 위를 걸어오는 집요함 바다는 어둡게 증발

한다 모서리가 지워진 배가 부조리하게 떠내려간다 다시 오른 발바닥

을 왼 무릎 위로 얹고 틈을 비집어 부푼 각성을 끄집어 내는 이가 누군

지 나는 모른다 경계에서 버티던 물고기 한 마리 피를 쏟고 떨어져 나

간다 빈 바다를 하얗게 흐르는 하루 치의 비늘들 스테로이드를 뱉어낸

바닥이 왼 무릎을 내려온다 찢긴 상처들 사이로 재빨리 숨는 각성들

라난만큼 제거 당한 무게 또는 두께를 기억하며

 

뱃전이 수평을 찾자 바다는 돌아왔다

복구된 하루와 약간 두꺼워진 바다

항해는 천천히 이어지고

어둠은 멀리서부터 내일의 윤곽을 밀어넣는다

알지 못하는 항구가 저 멀리 깨어난다

 

발바닥이 꿈틀,

첫 퇴적은 다시 시작되고 있다

 

2013. 8. 28 / 2013. 9.2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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