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년 동안
베란다에 두었던 책장을 치웠다
이상이 현실을 가리는
꼴이 보기 싫다는
아내의 생각을 따랐다
오백권 남짓한 책들과 책장을
작은 아이 방 뒤 창고로 옮겼다
그 곳엔 이년전에 먼저 유배된
그만한 크기의 책장 두개가
어둠 속에서 침묵하고 있다
책장을 치워 훤한 베란다는
수많은 사각형의 메타포 대신
낡은 부도심 주택가의
사실주의가 시원하게 가득하다
결혼한 이래
수도 없이 싸움을 불러왔던
내 책들과 책장들
그동안 많이 버리기도 했지만
어김없이 다시 쌓였던 그것들
금년 들어 책을 새로 사지 않고
있는 책을 다시 읽자 마음 먹고
묵은 녀석들을 다시 만나곤 했었는데
이제 내 눈이 닿지 않는
구석으로 사라졌으니..
정리하며 또 한 오십권 버렸다
그놈들 따라 내 어설픈 치기의
강박도 사라졌음 좋겠다
그냥 미안해서
오늘은 책을 읽지 말아야 할 것 같다.
아, 서재..
'이야기舍廊 > 하루 에세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3년 10월28일 Facebook 첫 번째 이야기 (0) | 2013.10.28 |
---|---|
2013년 10월27일 Facebook 이야기 (0) | 2013.10.27 |
2013년 10월26일 Facebook 첫 번째 이야기 (0) | 2013.10.26 |
2013년 10월25일 Facebook 이야기 (0) | 2013.10.25 |
2013년 10월24일 Facebook 이야기 (0) | 2013.10.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