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舍廊/하루 에세이

2013년 11월23일 Facebook 이야기

취몽인 2013. 11. 23.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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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구무언...
    '오늘 강정마을 주민포함 관련인 67명이 무더기로 재판을 받았습니다. 
    처음 가본 법원.아는 얼굴들이 줄줄이 피고석에 서있는 모습은 낯설고 이상했습니다. 
     
    공소장도 잘 읽지않고 실실 웃으며 변명하는 판사. 
    연신 눈시울을 훔치는 수녀님들. 
    재판장은 사람들의 탄식으로 가득했습니다...' 
     
    11월 21일, 제주지법 재판에 참석한 한 분의 시선이요 증언입니다.  
    이날 제가 한 짧은 최후진술을 올립니다.  
     
    <문규현, 강정 '업무 방해' 건 재판 최후진술> 
    - 2013년 11월 21일, 제주 지법 
     
    하와이 마우이 섬 국립공원엔 이런 표지판이 있습니다.  
    “쉿 조용히! 나무가 일하고 있어요.” Quiet. Trees at work. 
     
    숲의 나무들이 열심히 업무 보고 있는 중이니,  
    숲을 찾는 사람들은 이를 존중하여 잘 처신하라는 뜻입니다.  
     
    그렇습니다. 인간의 일만 일이 아닙니다.  
    인간을 존재 가능케 하는 자연의 일이야말로,  
    눈에 보이지 않는 근본적으로 귀한 일이고,  
    온 세상 생명을 존속케 하는 가장 소중한 업무입니다.  
     
    그런데 인간이 자신만을 가장 우월한 집단으로 생각하고 
    자연을 지배하고 파괴하면서 결국 부메랑으로 그 대가를 치르고 있습니다.  
    이번에 필리핀을 강타한 슈퍼태풍 하이옌도  
    인간이 만들어낸 기후변화 때문에 강력해진 거라 합니다.  
     
    앞으로도 슈퍼태풍은 더 많이 발생하겠죠.  
    천재지변이지만 인재이기도 합니다.  
    가난한 사람들이 누구보다 큰 피해를 입지만, 
    부자든, 권력자든, 엘리트든 가릴 것 없이 모두가 영향을 받을 것입니다.  
     
    한 나라 안에도 정치인들, 경제인들, 군인들의 업무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국민, 시민, 지식인, 노동자 등의 이름으로 다양한 구성원이 존재하고  
    저마다 다른 책임과 역할을 행하고 있습니다. 
    저마다의 업무가 있습니다.  
     
    그러나 각자 자기 업무만 중요하다고 고집하고  
    자기 이익만 챙기려 든다면 나라가 망가지겠죠.  
     
    누구의 업무든 다른 이의 업무를 해치지 말아야 하고,  
    무엇보다 저마다의 업무는 공존과 공동선을 지향해야 합니다.  
     
    한 쪽의 업무가 다른 존재들을 지배하고 파괴한다면,  
    당연히 바로잡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No' 해야 하고 저항해야 합니다.  
    공존과 공동선 원칙에 위배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정부와 해군은 법 테두리에서 하라고 합니다.  
    본인들은 탈법적 권한을 휘둘러왔으면서요.  
    경찰과 검사는 이런 우격다짐과 폭력적 업무행태만 보호합니다. 
     
    마틴 루터 킹 목사가 1963년 4월에  
    흑백차별 철폐운동을 하다 알라바마 주 버밍햄에서 갇혔을 때입니다.  
    버밍햄의 백인목사들이 킹 목사를 비판했습니다.  
     
    “심정은 이해가지만 법 테두리 안에서 해라.  
    왜 버밍햄까지 와서 그러냐.  
    우리 일은 우리가 알아서 한다. 외부인은 나서지 마라....” 등등 
     
    킹 목사가 이에 대해 답변한 것이 유명한 ‘버밍햄 감옥에서의 편지’입니다.  
    긴 편지는 합법과 비합법에 대해 논증했습니다.  
    그 중 한 대목은 이렇습니다.  
     
    "독일에서 히틀러가 저지른 일들도 모두 합법적이었다는 것을 잊지 말라" 
     
    유대인 학살은 모두 법적인 테두리에서 이뤄졌습니다.  
    히틀러는 노벨 평화상 후보에도 올랐습니다.  
     
    박정희 유신독재도 합법적이었습니다.  
    검사 판사들의 유신 복종도 합법적이었습니다.  
     
    해군이 반환경적인 시멘트 덩어리를 바다에 들이붓는 공사를 하는 탓에  
    제주와 강정이 세계에 자랑하던 보물, 연산호가 다 죽어가고 있답니다.  
    너럭바위 구럼비가 다 깨지고, 마을 공동체가 망가졌습니다.  
     
    공존과 공동선을 파괴하는 정부와 해군의 행태야말로  
    다른 모든 존재들의 신성한 업무를 방해하는 범죄적 행위입니다.  
     
    킹 목사는 앞서 언급한 편지에서 또 이렇게 말합니니다.  
     
    “인격을 높이는 법은 정의로운 법이다. 인격을 낮추는 법은 불의하다.”  
     
    다시 말해 공동체 구성원들을 존중하고,  
    공존과 공동선의 수준을 높이는 방향으로 가는 법은 정의의 법이고,  
    불평등하게 적용하고  
    법의 이름으로 옭아매고 모욕을 주는 법은 나쁜 법이라는 겁니다. 
     
    나쁜 법에는 "No" 하는 것이 국민 된 도리이고, 시민 된 도리입니다.  
    부당한 법집행에 저항하는 것이야말로 국민의 당연한 업무이고 책임입니다.  
     
    사법정의가 추락하면 사회가 붕괴 위험에 빠집니다.  
    사회를 떠받치는 마지막 신뢰의 기둥이 뽑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제주 검사들과 제주지법 판사들이 얼마나 편파적으로  
    불법부당한 해군기지 공사를 옹호하고 지원해왔는지, 
    강정주민들과 평화지킴이들을 힘들게 해왔는지,  
    더 많은 사람들이 알아가고 분노하고 있습니다.  
     
    킹 목사의 편지에는 이런 대목도 있습니다.  
    "이 세대는 악인들의 증오 가득한 말과 행동 뿐 아니라, 선한 자들의 소름끼치는 침묵 또한 회개해야 한다." 
     
    검찰과 재판부를 생각하며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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