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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만에
어머니 없이 김장을 했다.
상계동에서 평촌까지
오시기에 몸이 힘들다 하셔서
아내, 두 딸과 함께 낑낑 해치웠다.
늘 무채를 썰고 무거운 것들이나 나르고 설거지를 맡았던 나도
올해는 어머니를 대신해 배추 속을 버무려 넣어봤다.
김치 맛은 여느 해와 다르지 않았지만 마음 한 켠은 조금 슬프다.
이렇게 조금씩 어머니와 이별한다는 생각이 든다.
오래 익숙한 어머니표 김장김치, 된장,간장 같은 것들이 곧 내게서, 우리 가족에게서 사라지고 말 것이라는 명백한 사실.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또한 어쩔 수 없이 슬픈 일이다.
오후에 예정된 문예지 시상식은
마음이 내키지 않아 안가기로 하고, 오랜 친구들 얼굴이나 보러 꽉 막힌 남태령을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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