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舍廊/책과 문화 읽기

자면서도 다 듣는 애인아/김개미

취몽인 2018. 6. 7. 14:15

 

개미귀신

 

 

내가 가진 유일한 도구는

정적이 귀를 파먹는 시간

내일 가슴이 찢길 애인처럼

그대들이 끌고 다니는 그림자는

화려한 유물이 아닌가

수백 알 모래가 자리를 바꾼다

나는 천장이 무너지는

수렁을 즐긴다 세상 밖으로

다리 한 짝 내놓지 않는다

모래 속에 파묻은 내 뜨거운 호흡은

죽은 그림자도 잘근잘근 씹어 마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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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개미, 본명일까 필명일까?

둘 중 어느 하나라 해도 만만찮은 작명.

 

시는 집요하다

슬픔과 분노와 좌절이

본체와 그림자로 얽혀

읽는 내내 불편하다

개미지옥 같이

읽는 이를 짙은 허방으로 끌어당긴다

 

개미귀신이 먼저일까

시인 김개미가 먼저일까

 

시인은 내 페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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