藥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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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조그만 스테로이드는 식욕을 폭발시켜 단기간에 나를 살찌웠
다 한 달에 한 번 정도 마이암부톨과 암포젤엠 파스 같은 폐 앓는
아버지의 약을 사러 갔었다 감기가 심하면 조제약을 먹었고 체하
면 훼스탈을 먹었다 종기가 생기면 이명례고약 칼에 베거나 상처
가 나면 옥시풀로 씻고 머큐로크롬을 빨갛게 발랐다 입안이 헐면
백반을, 많이 아프고 난 뒤에는 에비오제나 원기소를, 더 심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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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타이레놀 큐란 와파린 알프로졸람 맥소롱 용각산 이가탄 이부프
로펜 청심환 위청수 그리고 이름조차 분쇄된 채 봉투 속에 담긴 수
많은 약들을 먹었고 먹고 있다 밥은 나를 살찌우고 약은 나를 살아
있게 했다 아, 내 아내와 어머니는 나보다 훨씬 고수란 점을 밝혀두
는 바이다
191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