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舍廊/새로운 자유

사다리의 경제학

취몽인 2020. 12. 9.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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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다리의 경제학


장대를 세로로 양쪽에 놓고 팔뚝 길이 각목을 일정 간격으로 못박아 사다리를 만들었다 지붕에 올라갈 일이 있거나 처마에 전깃불을 달 때 집 뒤에 눕혀 놓은 걸 들고와 세웠다 높이가 모자라면 장대와 각목을 덧대면 올라갈 수 있었다

누구나 올라갈 수 있었다

요즘은 알루미늄으로 만들어져 A자형으로 세워 도배할 때 쓰기도 하고 높이가 모자라면 펼쳐서 두 배를 만들어 이층에도 올라갈 수 있다 집에는 없고 사람을 사면 사다리도 따라 온다 올라가는 일에도 돈을 줘야한다

아무나 올라갈 수는 없다

어떤 곳에선 옥상에 올라간 사람들이 사다리를 치워버리기도 한다 다시는 내려갈 일 없노라 외치기도 하고 절대로 올라올 수 없노라 윽박지르기도 한다 그러면 그저 올려다 볼 뿐 그 위에서 뭔 일이 있는 지 알수도 없다

아무도 올라갈 수가 없다

높은 곳은 이제 높은 이들의 곳이다
사다리는 떡볶이 값 낼 사람 정할 때만 필요하다


20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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