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손에 닿은 지는 제법 됐는데 읽던 책들 틈에서 한 꼭지씩 읽다보니 한참 걸렸다.
시인의 산문집을 읽고 무슨 말을 하겠는가. 그전에 시집 몇 권, 김수영 이야기 한 권, 김종철 샌생님 이야기, 무엇보다 이틀에 한 번 정도 페이스북으로 이야기를 엿들어 온 처지니 무슨 말씀을 하실지 지레 짐작까지 했던 터니..
그래도 기억이 조금 맞닿은 시절 이야기나 생태, 폭력, 노동, 자본주의, 詩, 문학, 들뢰즈 등 관심있는 키워드들이 많은 글들을 재미있게, 유익하게 읽었다. 특별히 '배신'이라는 인간 행동(?)에 대한 통찰이 와닿았다.
그런데 책 내용과는 아무 상관없이 '도대체 글은 왜 쓰는 거지?' 하는 아주 오래된 물음이 책을 덮으며 떠올랐다. 독자가 한정, 희귀해 진 시대에 글을 쓰고 책으로 펴내는 일이라는게 무슨 의미일까 하는 생각. 詩도 마찬가지겠지만 기대효용의 많은 부분이 스스로의 만족에 있는 것 아니겠는가 하는 생각 때문에 든 물음일 것이다. 먼저 많은 책을 읽고 공부하고 애써 써내는 책들. 몇몇에게 겨우 닿고난 나머지 목소리들은 다 어디로 갈까? 그래도 내가 좋으니, 내 할 말 했으니, 누군가는 알아주니.. 그 정도면 되는 것일까?
나는 정말 시집을 꼭 내야하는 것일까?
-황규관 .교유서가. 2021.
'이야기舍廊 > 책과 문화 읽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언어와 인간 / 남승호 (0) | 2021.03.03 |
---|---|
서머셋모옴 단편집 (0) | 2021.03.02 |
문학과 예술이론의 아포리아 / 한양대 이도훈교수 (0) | 2021.02.07 |
우리 한옥 이야기 I. / 남해옥 (0) | 2021.02.06 |
철학과 굴뚝청소부 / 이진경 (0) | 2021.02.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