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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eshman과 잠자리

취몽인 2007. 7. 5. 23:51

     

 

  Freshman과 잠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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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經商論叢 1981.3.

 

 

 교양과정부 앞의 햇살은 유난히 온화했다. 서편 물리학관쪽으로 비스듬히 서있는  장미 넝쿨에 걸려있는 무지하게

빨간 장미 한송이는 눈에 몹시 거북하다. 태양을 등에 지고 현관 기둥에 기대어 앉았다. 몇개비의 담배가 잠바 안주머니로 부터

풍족히 느껴졌다. 언제나 그랬듯이 담배연기 속으로 보이는 흔들리는 세상은 아름다운 것이었다.

 

 수업 시간까지는 아직도 30분 가량이 남았다. 회계학 교수의 벗겨진 이마는 언제나  유머러스하다고 떠들어대던 인철이 녀석의

말처럼 회계학 송교수는 지식의 전달 보다 자신의 언변을 더 사랑하는 부류의 사람이었다. 그래도 그시간에는 얘들이 늘 많았다. 

대학생이란 표시를 자율을 실행하는 자신에게서 찾으려는 유치한 무리들 외에도 그들이 노력하고 있는 고시 합격의 진로로

한걸음이나마 더 가까이 갈수 있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속의 녀석들 까지 있었다.

 

  ! 종수야. 임마. 뭐 또 님생각 하느라고 지랄이냐?

 

  언제 왔는지 명호 녀석이 고요한 뒷통수를 갈겨 놓고는 고르지 못한 치열을 드러 웃고 있었다.

 

  한잔하러 가자. 씹은 쐬주지만 우리의 지겨운 캠퍼스를 위해 축배를 들어야지.  안그래? 뭐해?  일어나라.짜식.

 

월요일 오전 11시. 그것도 첫수업 직전에 술집 행차라?  썩 어울리는 일은 아니지만  어찌 사양할 수가 있으랴? 

<술은 만인의 적  마셔서 없애야 하리>

 

 

      *             *            *            *            *            *

 

 

  새가 날개로 나는게 아니라는 네말에 공감할수있을 것 같다. 그럴수도 있겠지.  단지 그게 관념이 아니어야 한다는 전제가

있어야 하는게 아니겠냐?

 

 명호 녀석의 얼굴빛이 불그스럼하니 보기가 좋다. 흐릿한 눈빛위로 위대한 알콜의  손짓이 어른거렸다.

 

  새가 날개로 난다는 것은 우리가 우리의 선조들로 부터 답습한 것에 불과해.  이렇게 생각 할 수는 없니?

새는 가슴의 전진 후퇴 운동으로 날고 있는데 우리의   선조가 그걸 잘못 봐서 단지 퍼득이기만 하는 날개가 나는데

필요한 절대적 도구라고  생각해 버렸다고 말이야. 그리고 그 오류가 지금의 우리에게 까지 전해지고 있다고   말야.

그럴 가능성을 인정 한다면 우리는 한마리의 새를 두고 원점에서 부터 다시  관찰해야 할거야.

 

 유치한 철학을 내까는 내자신이 우습기도 하고 명호 녀석의 심각함도 우습다. 밖에는 비가 오고 있다.아까까지만해도

맑았었는데 소나긴가 보다. 무료한 맑은 날 보다는 무료한 비오는 날이 낫기도 하니까 뭐. 좋다. 그나저나 이런 맹추 같은 명호  

녀석이 술값도 없이 술마시러 가잘게 뭐람. 대학들어오고 일곱번 내팔목을 떠났던  내시계가 또 끌러지는가?

오호 통재라! 가난한 Sophist 들이여!

 

 

      *              *             *             *             *            *

 

 

 

 빨간 아크릴 판으로 새겨진 <휴거>라는 간판이 핏덩이 처럼 느껴짐은 웬일일까? 다방문을 밀치자 여느때 처럼 커다란 거울속의

내가  나를 맞고 있다. 위대한 바보 李想만이 소유한다던 거울속의 거리가 내게도 보인다면 그것은 희열이다. 

외출에서 돌아온 거울속의 나는 아주 초라하다. 그게 다르다. 거울 밖의 나는 화려 하니까.<휴거의 음악은 늘 Hard Rock이 많은

편이다.환풍기를 꺼둬서 실내는 온통 담배 연기로 희뿌옇다. 절전 좋아하네! 구석 자리에 쳐박혔다. 커핏잔을 들고 설탕을  

타려다가 언뜻 의문이 인다. `내가 이놈의 커피맛을 알고나 마시나?  아니면 설탕  맛으로 마시나?` 결론은 명쾌하게.  블랙 커피는

멋있게 보일 지는 몰라도 씁쓸한 구정물 이상의 맛을 느낄 수는 없다. 설탕 봉지를 주머니에 집어 넣었다.  <설탕 봉지 1,000개 모으면

장가 간다더라.> 명호 녀석이 전에 한 말이 생각 난다. 장가? 암! 가야지. 시계를 본다. 4시 10분 아직도 50분이나 남았다.

 

  아가씨    네?    메모지    네!

 

 뭘할까? 만년필을 꺼내 메모지위로 까만선을 몇줄 그어 본다.  사고를 내지르는 현실의 밥그릇들이 검은 선위에서 춤을 춘다.

안먹고는 살수 없나? <사람은 빵만으로 살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으로 살아야 한다.> 말씀이 어떤 건지 모르지만 지당하신 

말씀이다. 나사렛 목수직을 때려치운 예수의 깊은 삶. 위대한 인간 예수. 그런데 이여자는 왜 안오나? 얄팍한 멋부릴려고 정각에나

오려나. 유치하다. 내가  뿜는 담배 연기는 참 좋은데 빌어먹을 다른 놈들의 시커멓고 굶주린 폐에서 쏟아지는 담배 연기는 짜증이 난다.

 

 

    *              *              *              *             *             *

 

 

  우리가 만나는게 무슨 의미가 있니?

 

 인아 녀석의 안경너머 반짝이는 까만 동공이 잔인스레 보인다.

 

  만나는 자체가 의미 아니냐? 적어도 내게는 만남 자체가 더할수 없는 의미야.

 

  의미? 의미라는 말의 기준을 독단에 떠맡기지마. 보편적이지 못한 기준은 그 자체로  기준이 될수가 없어.

실질적이고 형상이 있는 +나 -여야만 가치일 수가 있다고 생각 되지 않니?

 

  그럴 수도있지. 그건 자신의 가치관이나 세계관에 의해 달리 결정 될 수   문제니까. 그렇지만 인간에게 있어서

이성을 동경하는 본능은 은폐가 불가능해  적어도 난 그렇게 생각해. 그본능 자체가 억제가 불가능하다면 차라리 그 본능을

추구하려고 애쓰는 것이 인간에게 더욱 바람직하다고 믿는다구.

 

  그럼 넌 이럴 때는 어떡 하겠니? 한 사람의 본능과 다른 사람의 본능이 상반되어서  어떤 남자가 이성을 추구 함에도

그 상대방은 무관심하고자 애쓰고 있다면 어느 것이  우선이 될수있을 걸로 생각이 되니? 그건 대답이 있을 수 없어.

두사람은 결국  자신들의 길을 걷게 될것이고 그러다가 언젠가는 완전히 별개가 될거야.

 

  그렇지 않을 수도 있어  두직선이 평행이 아닌 다음에야 두직선은 어느 점에선가  만나게 된다구. 나는 너와 평행이 아니고자

애쓰기만 하면 돼 그 나머지는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어떤 무형의 존재가 메꾸어 줄거야. 그건 나의 확신이지.

 

 귀를 쨍하게 울리는 스피커  Sea of Heartbreak이 정말 가슴을 아프게 한다. 나쁜 계집얘. 뭐가 이렇게 어렵나. 일어나고 싶다.

생명들이 표류하는 거리로 뛰쳐 나가고 싶다. 그렇지만 어떻게 만난 건데 .  적어도 여섯번은 전화기를 들었으리라. 

그런데 쉽게 물러 설수야 있나. 저녀석은 커핏잔을 노려 보며 무슨 생각을 하나?  나하고 평행선을 유지할 방법이라도 생각하나?

아이고 맘대로해봐라.   <휴거>는 찢어지는 듯한 전자 음향과 담배 연기로 가득찬 채 가슴 아픈 밤을 이루고 있다.

 

 

 

    *             *             *             *              *              *

 

 

 

 강의실 바깥으로 주홍빛 잠자리들이 흩날리고 있다. 어느 녀석인가 유리창 위에다 백묵으로 커다랗게 <공부가 인생의 전부는

 아니다.>라고 갈겨 놓았다. 햇빛이 유리을 지나다 백묵가루에 걸려 강의실 바닥위로 같은 글씨를 쏟아 놓았다. 회계학 송교수

재무제표론에 대해 뭐라고 열심이다. 그의 벗겨진 이마위로 광택이 눈부시다.  나른한 오후. 뒷자리는 벌써 태반이 비었다.

아침 교내 신문에서 본 커다란 타이틀이 생각난다. <중간고사에 대비한 도서관은 열성 학우들로 가득하다.> 웃기는구나.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이들은 무슨 공부를 할까?  갑자기 강의실에 폭소가 터진다. 녀석들의 입들이 모두 터져 버리는 음향이었다.

고개를 들었다. 송교수의 반짝이는 이마 아래의 조그만 두눈이 어벙벙한 내눈위로 꽂혀있다. 낭패다. 허탈하게 일어섰다.

 

  보기 3번의 거래를 분개해보게

 

 보기 3번이라? 분개라? 그것 보다도 교수님 저는 A학점 말고도 받아야 할 F학점이  많은 걸요.

 

  모르겠습니다

 

 강의실 밖으로 잠자리가 장미가지 끄트머리에서 졸고 있다. 송교수는 안경을 치밀어 올리며 출석부 위에다 뭘 적고있다.

감점? 창문위에 써놓은 글자가 내게 위안을 준다. <공부가 인생의 전부냐?>

 

 

 

    *              *             *             *             *               *

 

 

 

 중간고사 마지막 과목인 통계학은 도무지 허망했다. 일장춘몽이라고 알런지 모르. 창문옆 화단에서 재훈이 녀석이 답을

부르고 있다. 아서라. 자식! 네나 나나 도토리 키재기다. 엿먹어라. 웬녀석이 두드리는 전자 계산기 소음이 귀를 거스른다. 

옆자리 봉수 녀석이 답안지를 들고 나간다. 하얗다. 백지?  <5%의 신뢰구간으로 추정하라.> 나갈까? 교수에게 눈치가 뵌다.

에라! 나가자. 백지는 적어도 아니니까.

 

 현관에서 보이는 높다란 활엽수에서 벌레먹은 잎이 떨어지고 있다. 구멍이 횡하니 뚫린 그 잎에서 성적표가 왜 연상이 된단 말인가? 

벌써 한무리는 당구장으로,으로 향하고들 있다. 얼빠진 소리들 하지마라. 시험을 망쳐서 느끼는 허탈감 보다 끈끈히 거기에

매달린 내가 더 혐오스럽다. 이럴때 마시는 막걸리는 보다 가치가 있으리.   

 

 

   *               *              *              *             *              *

 

 

 

 거리가 울렁이고 있다. 중학교 때 수학선생  도수 안경 꼈을 때 같다. 버스 밖으로 달리는 전주들이 미친 듯이 보인다. 한달전 쯤

사회를 떠들석 하게 만들었던 어느 교수의 안락사가 생각이 난다. 그게 행복한 선택일까? 아닌 것 같다. 어차피 나는 세상에 내던

져진 존재가 아닌가? 가치의 양면을 모두 가질수는 없는 건가?  <한우물을 파라> 웃기는 소리 하지마라. 나는 두우물을 팔수도 있다.

중간고사를 잡친  것은 내 능력의 포기 일지도 모른다. 아무리 영원한 진리를 위해 사는 것이 참생활이지라도 세상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는다는 것 또한 매력 있는 일 아닌가? 한 그릇의 밥을 먹기위하여 한 공기의 땀을 흘리는게 어저면 그렇게 구차한건 아닐지 

모른다. 밥을 먹기위해 땀을 흘리는 나머지 시간을 나의 완성을 위해서 쓰고 땀을 흘린다면 오히려 내게 이익이 아닐까? 이익?

이익이라는 말이 우습긴 하다. 그이익이 내게 어떤 익을 주는 건가?

 

 뾰족한 교회의 첨탑이 눈에 아린다. 강의실 창문 밖으로 날리던 잠자리가 그 주위를  메우고 있다.  

 이제 벨을 누르고 집으로 들어가야 한다. 그리고 핑크빛 일기장 위로 나를 쏟으리라. 어머니와 아버지는 갓 입학한 장남 녀석이

술이 엉망이 되어 온걸 눈치 채고 또 모른    묵인 하시느라 고역들을 겪으시겠지. 그리고 하얗게 밤을 새우며 흔들리는 당신 

아들을 염려 하시겠지.

 

 강의실 창문에 씌여진 백묵 글씨가 떠오른다.<공부가 인생의전부는 아니다.>  그래 공부가 인생의 전부가 아닌 것은 분명해.

그렇지만 공부는 이생의 중요한 한  부분임에도 분명하다구.  내일은 유리창에 쓰인 그놈의 글씨를 지워야 겠다. 

  그건 그렇고 현관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어머니의 소리가 들린다. 지금 부터  어떻게 잔소리를 듣나. 시험 못치고 속버리고,

잔소리 듣고. 제기럴 <문닫고 뭐 끼이>가 참 적절하다. 내일은 해가 뜰려나? 오늘의 어둠은 벌써 내앞에서 멈췄지만 내일은 밝아야

할 텐데. 송교수의 번뜩이는 이마위에서 A학점을 줏어야 할텐데. 아침해가 뜨면 인아에게 전화도 해야지. 그녀석 콧대를 눌르는

시도를 해야지 

 

 

 아마 오늘 밤엔 높은 하늘을 향해 치솟는 잠자리가 나타날 것 같다. 그리고 나는 그놈을 잡으러 밤새껏 싸돌아 다니며 야료를 떨겠지?

 

 

** 꼬리 말

큰 딸 하늬가 대학을 다니기 시작하고 어느새 첫 방학을 맞았네.

내 대학 1학년 때 모습과 비교해보면 많이 다르지만(여학생인 탓도 있겠지^^)

여전히 아름다운 시절임은 분명한 것같다.

돌아가고 싶지만 돌아갈 수 없는 시절, 유치 찬란한 글이지만 기록의 힘이

새삼스럽다. 이글이 아니었으면 내 대학 1학년 시절은 아무런 흔적도 없이

조각조각 기억의 편린으로만 존재 했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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