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의자
..문 인 수
..장맛비 속에, 수성못 유원지 도로가에, 삼초식당 천막 앞에,
흰 플라스틱 의자 하나 몇 날 며칠 그대로 앉아있다. 뼈만 남
아 덜거덕거리던 소리도 비에 씻겼는지 없다. 부산하게 끌려다
니지 않으니, 앙상한 다리 네 개가 이제 또렷하게 보인다.
..털도 없고 짖지도 않는 저 의자, 꼬리치며 펄쩍 뛰어오르거
나 슬슬 기지도 않는 저 의자, 오히려 잠잠 백합 핀 것 같다.
오랜 충복을 부를 때처럼 마땅한 이름 하나 별도로 붙여주고
싶은 저 의자, 속을 다 파낸 걸까, 비 맞아도 일절 구시렁거리
지 않는다. 상당기간 실로 모처럼 편안한, 등받이며 팔거리가
있는 저 의자,
..여름의 엉덩일까, 꽉 찬 먹구름이 무지근하게 내 마음을 자
꾸 뭉게뭉게 뭉갠다. 생활이 그렇다. 나도 요즘 휴가에 대해 이
런저런 궁리중이다. 이 몸 요가처럼 비틀어 날개를 펼쳐낸 저
의자,
..젖어도 젖을 일 없는 전문가, 의자가 쉬고 있다.
*제7회 미당문학상 수상 시
고등학교 때 문예반 선배가 큰 상을 받는다.
나보다 13년 선배신데.. 그 성가를 축하드린다.
아래는 그에 관한 기사다.
◆비주류의 승리=문인수씨는 이른바 '변방의 시인'이었다. 42세에 문예지 '심상'으로 등단한 늦깎이이고, 대구를 무대로 활동하는 지방 시인이다. 무엇보다 그의 최종 학력은 고졸이다. 동국대 국문과를 6개월만 다녔을 따름이다. 시인은 "허위 학력 파동으로 소란스러운 이때 큰 상을 받게 돼 감개가 무량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문씨 시의 매력은 야생성에 있다. 규범에 매이지 않는 상상력과 자유로운 표현력은 그의 시를 설명할 때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더욱이 그는 늘 저 낮은 세상을 바라본다. 번듯한 시 수업 한 번 받은 적 없는 시인이기에 외려 구현할 수 있는 작품세계다. 수상작 '식당의자'는 식당 천막 아래 놓여 있는 플라스틱 의자를 소재로 한 작품이다. 시인은 허름한 의자에서 삶의 그늘을 찾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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