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舍廊/좋은 詩 모음

한줌의 흙 (박순선)

취몽인 2007. 8. 19. 19:13

한줌의 흙

 

박순선

 

천근같은 눈꺼풀이 내려지고

얼어붙은 살 속 깊이 삽을 넣고

내 몸 두드릴 때를 기억한다

 

점점 갈색으로 빛나더니

통증의 원인이 거기 있었던가

나를 차올라갔던 당신이라는 불꽃

너를 향한 내 구애의 말들로

풀리지 않던 길의 반죽이 갈구어져 반짝였다

 

어느새 희디흰 뼈들 매달려 사느라

머리채 허공을 움켜잡으면 살들이 진저리 치고 있다

심장 박동소리로 쿵쿵 내 속을 걸어가고

관자놀이를 쉬지 않고 쥐어트는

아픔의 길을 따라 여기까지 왔다

 

그러나 시방은 그 통증의 벽에서

걸어 나올 시각

가슴에 단단히 포개던 손을 풀 테니

진물 흐르는 네 푸른 눈동자는 하늘의 거울이 되렴

나 또 한번 그대가 보여주는 거울의 길을 따라

대지의 주인이 되어 받쳐 오를 테니

 

(문학사상 2007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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