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줌의 흙
박순선
천근같은 눈꺼풀이 내려지고
얼어붙은 살 속 깊이 삽을 넣고
내 몸 두드릴 때를 기억한다
점점 갈색으로 빛나더니
통증의 원인이 거기 있었던가
나를 차올라갔던 당신이라는 불꽃
너를 향한 내 구애의 말들로
풀리지 않던 길의 반죽이 갈구어져 반짝였다
어느새 희디흰 뼈들 매달려 사느라
머리채 허공을 움켜잡으면 살들이 진저리 치고 있다
심장 박동소리로 쿵쿵 내 속을 걸어가고
관자놀이를 쉬지 않고 쥐어트는
아픔의 길을 따라 여기까지 왔다
그러나 시방은 그 통증의 벽에서
걸어 나올 시각
가슴에 단단히 포개던 손을 풀 테니
진물 흐르는 네 푸른 눈동자는 하늘의 거울이 되렴
나 또 한번 그대가 보여주는 거울의 길을 따라
대지의 주인이 되어 받쳐 오를 테니
(문학사상 2007년 8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