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舍廊/가슴 속의 풍경

[스크랩] 소쇄원-단풍 가득한 조선 최고의 민간 정원

취몽인 2007. 11. 8. 14:19

 

몇 년 만에 소쇄원을 다시 찾았다. 대학 시절 책 한 권을 끼고 무작정 떠났던 곳이 소쇄원이었다. 광주 시내에서 버스를 갈아타고 겨울 바람을 맞으며 찾았던 곳이었다. 입구의 대나무 숲이 '소쇄 소쇄'하며 방황하던 젊은이를 맞이하던, 내게는 소중한 추억이 어린 장소였다. 그 후 몇 번을 찾았지만 오늘처럼 아름다운 광경은 처음이었다.

 

소새원은 조선 중종 때의 선비인 양산보가 지었다고 한다. 어린 시절 계곡에서 오리를 �아 놀다 이 곳을 알게 되었는데, 이후 여기에 그림같은 원림을 조성하게 되었다고 한다.

 

광풍각

계곡 가까이 지어진 소쇄원의 사랑채에 해당되는 건물이다. 양산보가 계곡 가까이 세운 정자를 광풍각이라 하고 방과 대청마루가 붙은 집을 제월당이라고 한 것은 송나라 때 명필인 황정견이 춘릉春陵의 주무숙(1017~1073)의 인물됨을 얘기할 때 가슴에 품은 뜻을 맑고 맑음이 마치 비갠뒤 해가 뜨며 부는 청량한 바람과도 같고 비개인 하늘의 상쾌한 달빛과도 같다'라고 한 데서 따온 이름이라고 한다.

 

대봉대

소쇄원 입구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이 소정은 시원한 벽오동나무의 그늘에 앉아 봉황새(귀한 손님)를 기다리는 집이다. 즉 대봉대는 좋은 소식을 전해준다는 ‘봉황새를 기다리는 동대桐臺‘라는 뜻이 함축되어 있다. 그래서 그 곁에는 봉황새가 둥지를 틀고 산다는 벽오동나무와 열매를 먹이로 한다는 대나무를 심었다. 또한 입구 쪽으로는 상지와 하지가 있고 바람을 막기 위해 애양단이 바로 앞에 있는 것으로 미루어 상관성이 있음을 알 수 있다.「소쇄원48영」의 주요한 시점의 하나로 여기에서면 소쇄원의 모든 정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대봉대에서 바라 본 계곡

 

단풍이 물든 뒤 편의 담장이 '애양단'이다. 이름 그대로 햇볕이 잘 들어 단풍이 붉다. 애양단은 원래 겨울철 북풍을 막기 위하여 세운 단으로 손님을 맞는다는 대봉대 바로 뒤편에 위치하고 있다.

 

암반 위를 타고 흘러 온 계류가 작은 폭포와 소를 이루고 있다.

소쇄원 38영

오동나무 녹음 아래 쏟아지는 폭포

 

梧陰瀉瀑

무성한 나뭇가지 녹엽의 그늘인데
어젯밤 시냇가엔 비가 내렸네
난무하는 폭포 가지 사이로 쏟아지니
돌아보건대 봉황새 춤추는 게 아닌가

扶疎綠葉陰
昨夜溪邊雨
亂瀑瀉枝間
還疑白鳳舞

 

 

암반 위를 흘러 내린 계류는 다리 아래를 지나 무성한 대나무 숲으로 흘러 들어 간다. 소쇄원 내에서 햇볕이 잘 들지 않는 이 곳은 아직 나뭇잎이 푸른 편이다.

 

제9영 통나무대로 걸쳐 놓은 높직한 다리

 

透竹危橋11

 

골짜기에 걸쳐서 죽림으로 뚫렸는데
높기도 하여 하늘에 둥둥 떠있는 듯
숲 속의 연못 원래 빼어난 승경이지만
다리가 놓이니 속세와는 더욱 멀어졌네

架壑穿脩竹
臨危似欲浮
林塘元自勝
得此更淸幽

 

 

 

제월당

제월당은 정자라기 보다는 정사精舍의 성격을 띄는 건물로 주인이 거처하며 조용히 독서하는 곳이었다. 당호인 제월霽月은 ‘비 갠 뒤 하늘의 상쾌한 달’을 의미한다.

 

오곡문을 지나 흘러든 계곡물은 이 곳 너럭바위를 휘감아 타고 돌다 계곡으로 흘러 들어 간다. 너럭바위 위에는 바둑을 두거나 차 한 잔 할 수 있는 평상바위가 있다.

제22영 평상바위에서 바둑을 두며

 

床巖對棋

11

평상바위 조금은 넓고 평평하여
죽림에서 지냄이 대부분이라네
손님이 와서 바둑 한판 두는데
공중에서우박이 흩어져 내려

石岸稍寬平
竹林居一半
賓來一局碁
亂雹空中散

 

 

오곡문 옆에는 통나무로 만든 외나무 다리가 놓여 있다.

 

 

너럭바위 위에서 바라본 광풍각과 계곡

 

 

 오곡문(五曲門)과 매대(梅臺)
오곡문은 담 밑의 구멍으로 흐르는 계곡의 담장에 있었던 문으로 현재는 통로만 뚫려 있고 담장에 오곡문이라는 글씨만 쓰여 있다. 담 밖의 영역(외원)과 담안의 영역(내원)을 이어주는 문이었다. 매대는 매화나무를 심어놓은 ‘대’로써 48영에서는 달맞이를 하던 곳으로 되어 있다. 매대의 담장에는 송시열이 쓴 '소쇄처사 양공지려瀟灑處士梁公之廬-소쇄옹 양산보가 기거하던 조촐한 오두막집'이라는 글귀가 쓰여 있다.

 

제14영 담장 밑구멍을 뚫고 흐르는 물

 

垣竅透流

11

한 걸음 한 걸음 물을 보고 지나며
글을 읊으니 생각은 더욱 그윽해
사람들은 진원을 찾아 거슬러 가지도 않고
부질없이 담 구멍에 흐르는 물만을 보네

步步看波去
行吟思轉幽
眞源人未沂
空見透墻流


 

1

드라마틱한 오곡문의 담장

 

산 위에서 본 소쇄원 전경

 

 소쇄원 입구의 오리집

계곡 여기 저기 에는 오리떼들이 물 위에 둥둥 떠 다니며 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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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김천령의 바람흔적
글쓴이 : 김천령 원글보기
메모 : 이 해가 가기 전에 꼭 한 번 들러보고 싶은 곳.. 해가 바뀌어도 소쇄원이 어딜 가겠냐만은 마음이 먼저 가고 몸이 여기 주저 앉아 있으니 안타깝다. 눈 내린 소쇄원도 괜찮겠지.. 아직 50여일이나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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