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만에 소쇄원을 다시 찾았다. 대학 시절 책 한 권을 끼고 무작정 떠났던 곳이 소쇄원이었다. 광주 시내에서 버스를 갈아타고 겨울 바람을 맞으며 찾았던 곳이었다. 입구의 대나무 숲이 '소쇄 소쇄'하며 방황하던 젊은이를 맞이하던, 내게는 소중한 추억이 어린 장소였다. 그 후 몇 번을 찾았지만 오늘처럼 아름다운 광경은 처음이었다.
소새원은 조선 중종 때의 선비인 양산보가 지었다고 한다. 어린 시절 계곡에서 오리를 �아 놀다 이 곳을 알게 되었는데, 이후 여기에 그림같은 원림을 조성하게 되었다고 한다.
광풍각
계곡 가까이 지어진 소쇄원의 사랑채에 해당되는 건물이다. 양산보가 계곡 가까이 세운 정자를 광풍각이라 하고 방과 대청마루가 붙은 집을 제월당이라고 한 것은 송나라 때 명필인 황정견이 춘릉春陵의 주무숙(1017~1073)의 인물됨을 얘기할 때 ‘가슴에 품은 뜻을 맑고 맑음이 마치 비갠뒤 해가 뜨며 부는 청량한 바람과도 같고 비개인 하늘의 상쾌한 달빛과도 같다'라고 한 데서 따온 이름이라고 한다.
대봉대
소쇄원 입구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이 소정은 시원한 벽오동나무의 그늘에 앉아 봉황새(귀한 손님)를 기다리는 집이다. 즉 대봉대는 좋은 소식을 전해준다는 ‘봉황새를 기다리는 동대桐臺‘라는 뜻이 함축되어 있다. 그래서 그 곁에는 봉황새가 둥지를 틀고 산다는 벽오동나무와 열매를 먹이로 한다는 대나무를 심었다. 또한 입구 쪽으로는 상지와 하지가 있고 바람을 막기 위해 애양단이 바로 앞에 있는 것으로 미루어 상관성이 있음을 알 수 있다.「소쇄원48영」의 주요한 시점의 하나로 여기에서면 소쇄원의 모든 정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대봉대에서 바라 본 계곡
단풍이 물든 뒤 편의 담장이 '애양단'이다. 이름 그대로 햇볕이 잘 들어 단풍이 붉다. 애양단은 원래 겨울철 북풍을 막기 위하여 세운 단으로 손님을 맞는다는 대봉대 바로 뒤편에 위치하고 있다.
암반 위를 타고 흘러 온 계류가 작은 폭포와 소를 이루고 있다.
소쇄원 38영
오동나무 녹음 아래 쏟아지는 폭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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梧陰瀉瀑 |
무성한 나뭇가지 녹엽의 그늘인데 어젯밤 시냇가엔 비가 내렸네 난무하는 폭포 가지 사이로 쏟아지니 돌아보건대 봉황새 춤추는 게 아닌가 |
扶疎綠葉陰 |
암반 위를 흘러 내린 계류는 다리 아래를 지나 무성한 대나무 숲으로 흘러 들어 간다. 소쇄원 내에서 햇볕이 잘 들지 않는 이 곳은 아직 나뭇잎이 푸른 편이다.
제9영 통나무대로 걸쳐 놓은 높직한 다리 |
透竹危橋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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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짜기에 걸쳐서 죽림으로 뚫렸는데 높기도 하여 하늘에 둥둥 떠있는 듯 숲 속의 연못 원래 빼어난 승경이지만 다리가 놓이니 속세와는 더욱 멀어졌네 |
架壑穿脩竹 |
제월당
제월당은 정자라기 보다는 정사精舍의 성격을 띄는 건물로 주인이 거처하며 조용히 독서하는 곳이었다. 당호인 제월霽月은 ‘비 갠 뒤 하늘의 상쾌한 달’을 의미한다.
오곡문을 지나 흘러든 계곡물은 이 곳 너럭바위를 휘감아 타고 돌다 계곡으로 흘러 들어 간다. 너럭바위 위에는 바둑을 두거나 차 한 잔 할 수 있는 평상바위가 있다.
제22영 평상바위에서 바둑을 두며 |
床巖對棋 11 |
평상바위 조금은 넓고 평평하여 죽림에서 지냄이 대부분이라네 손님이 와서 바둑 한판 두는데 공중에서우박이 흩어져 내려 |
石岸稍寬平 |
오곡문 옆에는 통나무로 만든 외나무 다리가 놓여 있다.
너럭바위 위에서 바라본 광풍각과 계곡
오곡문(五曲門)과 매대(梅臺)
오곡문은 담 밑의 구멍으로 흐르는 계곡의 담장에 있었던 문으로 현재는 통로만 뚫려 있고 담장에 오곡문이라는 글씨만 쓰여 있다. 담 밖의 영역(외원)과 담안의 영역(내원)을 이어주는 문이었다. 매대는 매화나무를 심어놓은 ‘대’로써 48영에서는 달맞이를 하던 곳으로 되어 있다. 매대의 담장에는 송시열이 쓴 '소쇄처사 양공지려瀟灑處士梁公之廬-소쇄옹 양산보가 기거하던 조촐한 오두막집'이라는 글귀가 쓰여 있다.
제14영 담장 밑구멍을 뚫고 흐르는 물 |
垣竅透流 11 |
한 걸음 한 걸음 물을 보고 지나며 글을 읊으니 생각은 더욱 그윽해 사람들은 진원을 찾아 거슬러 가지도 않고 부질없이 담 구멍에 흐르는 물만을 보네 |
步步看波去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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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드라마틱한 오곡문의 담장 |
산 위에서 본 소쇄원 전경
소쇄원 입구의 오리집
계곡 여기 저기 에는 오리떼들이 물 위에 둥둥 떠 다니며 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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