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맘때에는
그맘때에는
하늘에 잠자리가 사라졌다
빈손이다
하루를 만지작만지작 하였다
두 눈을 살며시 또 떠보았다
빈손이로다
완고한 비석 옆을 지나가보았다
무른 나는 金剛이라는 말을 모른다
그맘때가 올 것이다, 잠자리가 하늘에서 사라지듯
그맘때에는 나도 이곳서 사르르 풀려날 것이니
어디로 갔을까
여름 우레를 따라갔을까
여름 우레를 따라갔을까
후두둑 후두둑 풀잎에 내려앉던 그들은
누구였을까?
그토록 사랑하던 아기를 잃고
맨 처음 인형을 만들 생각을 했던 사람은...
순간 순간 변하는 제 모습도 못 알아보면서
그대,
어디로 향하고 있는 것인가.
그맘때가 오면
한 줄금 소나기따라
한갓 울림에 지나지 않는
우레따라
짐 다 내려 놓고
훌쩍 떠나갈 수 있겠는가?
빌린 것들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지 말자.
고개숙여
하늘 앞에 깊이 고개 숙여
다 내려 놓겠다고 말하자.
후드득 후드득
서걱거리는 풀잎들에 내려앉았던
추억들일랑
그 순간들일랑은
암것도 남지 않는다고...
무른 나도,
금강이라는 말을 모른다...
<-소월시 문학상 수상작- >
출처 : 시세상
글쓴이 : 조찬용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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