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삽의 흙
밭에 가서 한 삽 깊이 떠놓고
우두커니 앉아 있다
삽날에 발굴된 낯선 흙빛,
오래 묻혀 있던 돌멩이들이 깨어나고
놀라 흩어지는 벌레들과
사금파리와 마른 뿌리들로 이루어진 말의 지층
빛에 마악 깨어난 세계가
하늘을 향해 봉긋하게 엎드려 있다
묵정밭 같은 내 정수리를
누가 저렇게 한 삽 깊이 떠놓고 가버렸으면
그러면 처음 죄지은 사람처럼
화들짝 놀란 가슴으로 엎드려 있을 텐데
물기 머금은 말들을 마구 토해낼 수 있을 텐데
가슴에 오글거리던 벌레들 다 놓아줄 텐데
내 속의 사금파리에 내가 찔려 피 흘릴 수 있을 텐데
마른 뿌리에 새순을 돋게 할 수는 없어도
한 번도 만져보지 못한 말을 웅얼거릴 수 있을 텐데
오늘의 경작은
깊이 떠놓은 한 삽의 흙 속으로 들어가는 것
밭에 가서 한 삽 깊이 떠놓고
우두커니 앉아 있다
삽날에 발굴된 낯선 흙빛,
오래 묻혀 있던 돌멩이들이 깨어나고
놀라 흩어지는 벌레들과
사금파리와 마른 뿌리들로 이루어진 말의 지층
빛에 마악 깨어난 세계가
하늘을 향해 봉긋하게 엎드려 있다
묵정밭 같은 내 정수리를
누가 저렇게 한 삽 깊이 떠놓고 가버렸으면
그러면 처음 죄지은 사람처럼
화들짝 놀란 가슴으로 엎드려 있을 텐데
물기 머금은 말들을 마구 토해낼 수 있을 텐데
가슴에 오글거리던 벌레들 다 놓아줄 텐데
내 속의 사금파리에 내가 찔려 피 흘릴 수 있을 텐데
마른 뿌리에 새순을 돋게 할 수는 없어도
한 번도 만져보지 못한 말을 웅얼거릴 수 있을 텐데
오늘의 경작은
깊이 떠놓은 한 삽의 흙 속으로 들어가는 것
출처 : 시세상
글쓴이 : 조찬용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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