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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조병화(趙炳華)] 내가 시를 쓰는 건

취몽인 2009. 11. 2. 17:13
내가 시를 쓰는 건 - 조병화(趙炳華)



내가 시를 쓰는 건
나를 버리기 위해서다
나를 떠나기 위해서다
나와 작별을 하기 위해서다

하나를 쓰고 그만큼
둘을 쓰고 그만큼
셋을 쓰고 그만큼
나를 버리기 위해서다

너에게 편질 쓰는 건
언젠가 돌아올 너와 나의 이별
그것을 위해서
너를 버리기 위해서다
너를 떠나기 위해서다
너와 작별을 하기 위해서다

아무렇게나 버리기엔 너무나 공허한 세상
소리없이 떠나기엔 너무나 쓸쓸한 우리
그냥 작별하기엔 너무나 깊은 인연

내가 시를 쓰는 건
하나 하나 나를 버리기 위해서다
하나 하나 나를 떠나기 위해서다
하나 하나 나를 잊기 위해서다

그와 같이
내가 네게 편질 쓰는 건
머지않아 다가올 너와 나의 마지막
그 이별
그걸 위하여

하나 하나 너를 버리기 위해서다
하나 하나 너를 떠나기 위해서다
하나 하나 너를 잊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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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병화(趙炳華) / 1921∼2003)


출생 경기도 안성
학력 경성사범학교 보통과 졸업(1941), 도쿄 고등사범에서 물리화학 전공
등단 1949년 첫 시집 『버리고 싶은 유산』발간
경력 경희대, 인하대 교수, 한국문인협회 이사장, 세계시인대회 국제위원 겸 계관시인
저서 시집 『버리고 싶은 유산』(산호장, 1949), 『하루만의 위안』(산호장, 1950),
『사랑이 가기 전에』(정음사, 1955), 『공존의 이유』(선명문화사, 1963),
『오산 인터체인지』(문원사, 1971), 『남남』(일지사, 1975),
『머나먼 약속』(현대문학사, 1983) 외 다수.
기타 아세아 자유문학상(1960), 한국시인협회상(1974), 서울시 문화상(1981),
대한민국 예술원상(1985) 등 수상. 국민훈장 동백장·모란장, 금관 문화훈장을 받고
아시아 자유문학상, 서울시 문화상, 예술원상, 삼일문화상, 대한민국문학상 등을 수상하였다.

출처 : 마음속의 정원
글쓴이 : 銀波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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