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詩가 산문詩와는 다르잖아요.
詩라는 형식을 얻기 위해선 시치미를 뗀다거나 심드렁하게 혹은 낯설게 하는 장치 글을
두어야 합니다. 그 詩집에 실린 詩들은 바로 그런 형식상의 고려를 생각하며 썼습니다.
체험 한 토막을 잘라내서 일상적인 행위를 서술하되 산문으로 떨어지지 않으려면,
詩가 되어야 하는 계기가 있어야 하는데, 체험을 詩적 형상화로 올려 놓을 때는 사건 자체에
보이지 않는 의도 같은 것을 둔다거나 혹은 웃음을 유발하는 것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며
썼습니다.
중대 문창과 대학원 시간에 내 詩집을 놓고 ‘이게 산문이지, 詩인가’ 논란이 많았다고 합니다.
詩가 아니라고 할 경우, 나는 할 말이 없습니다.
--- 이시영 시인의 계간 시인세계 인터뷰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