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자유 8 / 가난한 휴가
2011. 8. 3
각설하고 오늘부터 아내는 휴가다. 가난뱅이에게 휴가는 젖은 장작이다. 남는 시간을 태울 연료가 필요하
지만 그게 없으니 시간을 즐겁게 태울 재주가 없다. 불완전 연소의 시간은 불쾌감 또는 불안감으로 피시시
탈 수 밖에 없다. 제대로 타지 못한 시간은 또 낭패감의 불씨만 주변으로 옮긴다. 낭패는 젖은 연기처럼 왔
다갔다하게 마련이고 아차하면 매캐한 연기로 번져 한 바탕 싸움을 일으키기도 한다. 모레는 어쨓든 가족
휴가를 떠날 계획이다. 가평으로, 용추계곡으로, 펜션도 예약했다. 가면 곧 돌아올 것이다. 가면서 돌아 올
시간을 두려워하며 갈 것이다. 한 사십만원 쯤 쓰고 타다 남은 시간을 고물 차 끝에 달고 두려워하며 돌아올
것이다. 결과가 눈에 선한 그 불안으로의 휴가를 그래도 기다린다. 어쩔 수 없으므로. 휴가는 주어졌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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