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만의 골방^^/Free Writing

천상병과 나의 가난은

취몽인 2011. 8. 31. 11:44

 

 

 

 

 

 

 

천상병과 나의 가난은

 

 

 

 

그날 아침을 다소 행복하다고 생각한 것은

한 잔 커피와 갑속의 두둑했던 담배,

해장을 하고도 버스값이 남았다는 것.

 

오늘 아침을 다소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들어올 가능성이 있는 몇 푼 수입,

아직 기름이 남은 차가 무사히 굴러간다는 것.

 

그날 아침을 다소 서럽다고 생각한 것은

잔돈 몇 푼에 조금도 부족함이 없어도 

내일 아침 일도 걱정해야 했기 때문

 

오늘 아침을 다소 서럽다고 생각한 것은

이것 저것 내 쓸 것은 참을 수 있는데

내일이면 대책없이 빠져나갈 빌린 돈 이자 생각

 

가난은 그의 직업이었지만

비쳐오는 햇빛에 떳떳할 수가 있었던 것은

그 햇빛에도 예금통장은 없었을 테니까....

 

가난은 나의 업보이지만

쏟아지는 근심을 피하지 않고 걷는 것은

세월은 갈 것이고 나는 쉬 죽지 않을 테니까...  

 

그와 나의 과거와 미래

사랑했던 그의 아들 딸들과 사랑하는 내 딸들아,

그의 무덤가 무성한 풀섶이나 내가 날릴 바다로 때론 와서

괴로왔음 그런데로 사노라고 또는

그렇게 사노라 노했던 인생 여기 잠들다. 라고

씽씽 바람 불고 맘껏 비웃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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