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춘문예가 기다리는 신진작가 -최근5년간의 신춘문예 당선소설의 성향분석- 박덕규 / 문학평론가 ■ 머 리 글 대중 매채가 순수문학을 위해 할애하는 부분 중에서 신춘문예만큼 전폭적인 것은 세계에서도 예를 찾기 어려운 것이다. 해마다 각 일간지에서 거금의 상금을 내걸고 문학작품을 모집하여 각 일간지 당 대략의 응모작(소설의 경우 대체로 기백편) 중에서 단 한편씩만을 채택하는 이 신춘문예라는 신인 등단 제도가 반드시 문학의 성장을 위한 바람직한 제도인가 하는 문제는 접어두고라도, 그것이 수많은 문학가 지망생 또는 문학 향유층들의 지대한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사실은 아무도 부인할 수 없다. 다른 지면을 통한 등단 보다는 신춘문예를 통한 등단이 매우 공개적이며 작품중심의 평가에 의한 것이라는 점에서 공정하고 권위있으며 화려하다는 생각을 가지게 됨도 무리가 아닐 것이다. 이런 이유로 해서 신춘문예 당선작의 성향을 알아보는 일은 당대의 문학적 인식을 가늠하는 일이 될 수 있으며 나아가 당대 문학사적 흐름을 조명하는 한가지 방법도 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소설에서의 삶이 사회사적 삶이라는 문학사회학의 원리를 감안하여 신춘문예 당선작의 성향을 통해 우리 사회사를 읽을 수 있다는 사실 또한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최근 신춘문예 당선 소설의 성향을 분석함으로써 정치·사회적으로 급변하는 80년대의 시대 상황과 문학적 현실을 가늠하는 한 방법론을 제시하게 될 이 글은 1983년부터 1987년까지 최근 5년 동안의 6개 일간지 신춘문예 중편·단편 소설 부문 당선작(가작 포함) 총 36편을대상으로하고 있다. <표1>은 그 대상작 36편의 연도별, 신문사별 일람표이다. (신문사 순서는 무순이며 이하의 표도 동일함. 이후 본문에서는 편의상 작품·작가를 한글로 표기함) ■ 주제별 분석 어떤 문학에서든 그 궁극적인 주제는 인간 본연적인 것에로 향해지게 마련이다. 그러나 이 글에서는 주제의 성향이라는 관점에서 이념적 주제, 인생론적 주제, 세태론적 주제의 세 가지로 분류했다. 이념적 주제는 주로 이데올로기의 대립으로 인한 조국의 비극이나 정치현실에 따른 민족의 비극에 주된 관점을 두고 있는 작품에서 추출되는 주제이다. 인생론적 주제는 보편적인 삶을 통해 빚어지는 생의 허무, 인간관계, 인생무상, 죽음의 문제 등을 부각시키는 소설에서 추출되는 주제이다. 세태론적 주제는 사회 현실에서 나타나는 사회 부조리 문제, 생활습속, 사회조직에 관한 문제들을 부각시키는 소설에서 추출되는 주제이다. 이수광의 「바람이여 넋이여」, 정수남의 「접목」, 백상태의 「어떤 묘」등은 이데올로기의 대립으로 말미암은 가족의 비극이 오늘날까지 풀리지 않는 숙원으로 남아 있다는 사실을 선명하게 부각시키고 있는 작품이며, 고원정의 「거인의 잠」은 제3세계의 정치이면사를 역설적으로 드러내면서 정치현실이 곧 인간의 행·불행에 직접적인 관계 사실인 됨을 부각시키는 작품으로, 각각 이념적 주제 소설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김혁의 「길고 긴 노래」, 황영옥의 「새를 기다리며」, 문형렬의 「물뿌리기」, 김주성의 「해후」, 유영숙의 「햇무리 」, 이응수의 「와우석」 등은 일상적 삶을 살아온 한사람의 내면을 드러내면서 삶의 무상을 부각시키는 작품으로 인생론적 주제 소설에 부합되는 것들이다. 최성각의 「잠자는 불」, 이연철의 「그리운 꿈」등은 사회현실의 구조적 모순을 드러냄으로써, 김인숙의 「상실의 계절」, 전진우의 「서울 1986년 여름」등츤 이 시대의 생활 습속을 도러냄으로써 나날이 계층화되고 다양화 되는 삶에서의 인간 소외문제를 부각시키고 있는 세태론적 주제의 소설이 된다. <표-2>를 통해서 보면 신춘문예 당선작들의 주제의 성향을 몇 가지 유추할수 있다. <표2> 주제별 분류 (단위:편)
1) 삶의 보편적 진실을 드러내는 인생론적 주제의 소설 (45%)과 삶의 현실적 문제를 부각시키는 세태론적 주제의 소설(33%)이 역사적 비극을 부각시키는 이념적 주제의 소설(22%)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다는 점이다. 이는 6·25의 비극을 다룬 소설이 다른 소설에 비해 비중있게 평가되고 있다는 통념에서 벗어나는 실증이다. 이 점은 일반적 사실에서 얻어지는 주제가 짜임새 있는 한편의 단편소설로 구성될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감지하게 한다. 2) 서울신문, 중앙일보 당선작들은 이념적 주제에 보다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신문의 경우 84·85·87년 당선작이, 중앙일보의 경우 83·87년 당선작이 6·25 비극을 모티브로 하고 있고 중앙일보 85년 당선작인 고원정의 「거인의 잠」은 한 나라의 정치이념적 차원의 갈등을 우의적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3) 동아일보는 중·단편이 모두 세태론적 주제에 큰 관심을 두고 있음을 알 수 있다. 86년 중편 당선작인 최성각의 「잠자는 불」은 광산촌 한 국민학교의 집단 괴질을 밝히는 사회 문제 소설이며, 83년 단편 당선작인 안석강의 「국외자」는 한 회사에서 고통받는 어느 사원의 이야기로써 이 사회의 집단구조가 가진 모순을 짚어내고 있다. 4) 조선일보는 다섯 편의 당선작 중 네 편이 모두 인생론적 주제에 관심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끈다. 문형렬의 「물뿌리기」, 김혜정의 「환절기」, 홍순목의「호수의 눈」,이응수의 「와우석」 등은 가족 사이의 관계사를 통해 인간의 내면을 부각시키는 작품이다. ■ 작중 배경별 분석 이러한 주제를 부각시키기 위해 취하는 작중 배경은 대체로 역사적 배경, 개인적 배경, 사회적 배경, 특수 상황의 배경의 네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소설에서의 배경이라 함은 시간과 공간을 동시에 의미하지만 여기서는 대체로 작품의 주제적 성향에 관련된 공간적 배경이 된다. 이를테면 6·25의 비극을 드러내는 소설들은 소설적 배경을 주로 그 비극의 현장에 두고 있으며, 인간의 내면적 갈등을 드러내는 소설들은 보다 개인적인 자리 즉 가정이나 방 또는 지배적 환경이 아닌 어떤 공간을 소설적 배경으로 하고 있다. 사회적 배경이란 직장·술집·호텔·거리 등 기능적 차원의 사회 집단이나 사회인들의 삶의 방식이 부딪치는 현장을 뜻하며 특수상황의 배경은 그런 기능적 차원 중에서도 특수한 일을 맡고 있는 제한공간을 말하는데 광산촌· 섬·군대·이국적 상황 들이 그것이다. 다만, 역사적 배경의 경우에는 시간적 배경에서도 과거 상황으로 설정되어 있다. <표3>에 의하면 소설적 배경을 개인적 배경에 두고있는 작품이 전체의 42%나되고 있어, 신춘문예 당선소설은 어떤 특수한 사실을 특수한 배경 위에서 설정하는 방법보다는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사실을 한 개인의 일상적인 배경 묘사를 통해 부각시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표3) 직중 배경별 분류 (단위:편)
이 표에 의해 다음과 같은 현상을 유추할수 있다 .1) <표2>에서 서울신문·중앙일보의 이념적 주제를 보인 소설들이 모두 역사적 배경을 소설적 배경으로 삼고 있다. 87년 중앙일보 당선작인 구 효서의 「마더」는 6·25와 80년 광주사태의 상황을 회상의 혼융으로써 소설적 배경으로 삼고 있는 소설이다. 2) 조선일보의 경우 앞서 지적한 대로의 인생론적 주제를 부각시킨 네 편의 소설과 젊은이의 성 풍속도를 그리며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엿보게 한 83년도 당선작 김인숙의 「상실의 계절」이 모두 가정·가족·애인등의 개인사적 상황 위에서 주제를 부각시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3) 동아일보 당선소설의 경우 여전히 주제면에서 사회 현실성을 밑받침하는 사회적 배경의 소설이 많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또 중편의 경우는 최성각의 「잠자는 불」이 광산촌이라는 특수 사회를, 김지수의 「등」은 섬이라는 특수 공간을 배경으로 하는 소설로 분류되고있어, 역시 시회성 짙은 주제를 부각시키는 방법으로서의 소설적 배경은 그와 같은 사회적 상황에서 얻어질 수 있음을 짐작하게 한다. ■ 형태별 분석 소설의 형태는 작가가 나타내고자 하는 내용을 담는 그릇이다. 어떤 내용을 어떤 형태에 담든 그것은 순전히 작가의 의도에 의한 것이지만 그 내용을 그것과 다른 어떤 형태에 담았을 때와의 효과면의 차이를 고려하지 않으면 안된다. 아무리 좋은 내용이더라도 그에 걸맞는 형태가 아니면 작가가 바라는 효과를 얻기 어려운 것이다. 신춘문예 당선 소설들이 모두 내용에 걸맞는 형태를 가진 것은 아니지만 그 형태가 대체로 어떤 유형인가를 알아보는 것은 당선 소설의 성향을 가늠할 수 있는 한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신춘문예 당선 소설들의 형태는 <표4>에서 보는 대로 귀향형, 심리묘사형, 우화형, 고발형, 이야기체의 다섯 가지로 분류될 수 있다.
(표4) 형태별 분류 (단위:편)
한때 70년대 산업화시대 이후에 있어 사회문화의 도시 집중화라는 사회 현상에서 얻어진 가장 흔한 소설형태중의 하나는 바로 귀향형이었다. 그것은 대체로 고향을 떠나 서울에서 가정을 이루고 사는 주인공에게 고향 친척으로부터의 편지라는 귀향 계기를 가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그 형식은 현대에서 과거의 역사적 사실을 뼈아프게 재현하는 일에 있어 매우 편리한 방법의 전형으로 여겨져 왔는데, 최근 5년간의 당선작들에선 1 4%만이 이 형태를 가지고 있어 주목을 끈다. 83년 경향신문 당선작인 백현선의 「어떤 귀향」은 제목부터 바로 그런 귀향 형태임을 암시하고 있으며 이수광의 「바람이여 넋이여」, 백상태의 「어떤묘」,구효서의 「마디」등도 개인사 또는 비극적인 역사 사실을 귀향을 계기로 드러내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심리묘사형이란 개인의 내면 상황 묘사에 초점을 두고 있는 소설이란 뜻에서 취해졌는데 전 작품 중에서 36%로 가장 많은 형태가 되고 있다. 이것은 어떤 역사적 사실이나 시대적 현상보다는 인생에서의 보편적이며 사소한 사건에 대한 심리 변화를 세심한 관찰력과 섬세한 문장력으로 드러내는 형태이다. 주제별 분석에서의 인생론적 주제 소설이 취하는 형태가 바로 심리묘사형이다. 이것은 소설을 소재주의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하는 방법이 되면서 동시에 소설을 개인적 차원의 경험 공간에 머물게 하는 제한적 방법이 되기도 한다. 조선일보 당선작품이 모두 이 형태를 취하고 있으며 황영옥의 「새를 기다리며」, 조순임의 「뿔」, 신광식의「어느 순례」 등은 가족관계 속에서 갈등을 겪는 한 여성의 내면묘사에 중점을 두는 소설이다. 우화소설은 우의적인 방법으로서 사회현실의 부조리를 회화화 또는 풍자하는 형태의 소설을 말한다. 고원정의 「거인의 잠」은 가상의 아프리카 신생 공화국의 권력 투쟁사를 우의적으로 표현하여 우리 정치사 또는 제 3세계 국가의 정치사를 빗대는 형태를 취한다. 이창동의 중편 「전리」, 윤춘택의 「아버지의 표창」등은 상징적인 물품으로, 안석강의 「국외자」, 유정룡의 「열려라 門」, 김정하의 「망각 속을 흐르는 강」등은 사실의 희화화로 우화 소설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고발청은 다양화된 사회 현실에서의 문제점을 직접적인 정황 묘사로 지적함으로써 우리가 잊기 쉬운 진실을 부각시키는 형태를 말한다. 이연철의 「그리운 꿈」은 미국 빈민촌에 사는 이주 한국인의 생활상을 묘파함으로써 외국 동경의 세태성을 지적하는 고발성 짙은 소설이다. 권선숙희 「숨은문」, 최성각의 「잠자는불」, 김지수의 「등」등 세 편의 동아일보 중편 소설 당선작이 고발형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끌고 있으며, 최헌규의 「밑알」도 회사 문제를 다룬 고발형 소설이라 할 수 있다. 이야기체는 어떤 충격적 효과나 기법상의 복선 따위를 감안하지 않고 비교적 내용이 뚜렷한 현실적 사실을 있었던 그대로 서술한 형태를 말한다. 6.25의 비극적 가족사와 직접적인 연계성을 맺으면서도 정수남의 「접목」, 이원하의 「 이 강산 낙화유수」 등은 천재와 과거의 자연스런 시절 변동 아래 이야기를 전개시키고 있다.
표를 통해 신문사별 특징을 다시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주제별 분석에서 예상된 대로 조선일보는 심리 묘사형 소설이 많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또한 중편·단편에서 모두 사회 문제에 관심을 두고 있는 동아일보 당선작들은 형태별에서 중편은 고발형을, 단편은 심사묘사형을 취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요한다. 이것은 단편소설이 중편소설에 비해 보다 내면화된 어떤 세계를 묘사하는 데 더욱 합당한 장르임을 예감케 한다. 2) 한국일보와 경향신문 당선작에 있어서는 그 형태의 다양함을 짐작할 수 있다. 특히 한국일보의 경우는 주제별, 배경별 분석에서도 당선작의 다양성을 특징으로 하고 있었다. 이 점 뒤에 밝히겠지만 한국일보의 경우 심사위원의 수가 많고 또 해마다 다른 심사위원으로 교체하고 있다는 점과의 연관성도 무시하지 못하게 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3) 서울신문 당선작의 경우는 이야기체가 네 편이나 되어 주목을 끌고 있다. 이 점 또한 뒤에 밝히겠지만 무리없는 내용 전개를 원하는 심사위원들의 관점과 전혀무관할 수는 없는 일일 것이다. ■ 시점별 분류 모든 문학은 어떤 형태이건 어떤 사실을 어떤 일관된 서술 방법으로 서술하는 양식을 취하게 된다. 이때 일관된 서술 방법으로 서술하는 양식의 주체자는 소설의 경우 작가가 설정한 서술자가 된다. 소설은 그 서술자의 눈에 의해 비친 사실의 기록이란 점에서 시점(視點) 이란 문제가 대두된다. 소설은 어떤 경우든 이 시점의 한계 아래 놓인다. 가령 어린아이를 서술자로 내세웠을때의 소설은 그 어린아이의 시점에서 얻어진 내용만을 담을 수 있다. 시점에 걸맞지 않은 내용이 서술되어 있다면 그 소설은 소설로서의 미학을 잃게 된다. 신춘문예 당선 소설의 경우에는<표-5>와 같이 1인칭 시점, 1인칭 관찰자 시점, 3인칭 시점, 3인칭 작가 시점의 네가지로 분류할수 있다. 이 분류에 장편소설에서 흔히 쓰이는 전지적 (全知的) 작가 시점을 더하면 대체로 통용되는 소설에서의 시점은 다섯 가지가 되는데, 전지적 작가 시점에 닿을 수 있는 소설은 이 글에서 3인칭 작가 시점으로 분류된 이연철의 「그리운 꿈」정도였다. (표5) 시점별 분류
1인칭 시점은 <나>를 서술자로 하석 <나>자신의 문제를 서술하는 형식이 된다. 김정하의 「망각 속을 흐르는 강」은 6.25의 비극을 체험한 <나>가 외부적 충격에 의해 자해를 하고 배꼽을 잃게 되는 과정을 <나> 자신의 처지에서 서술한 작품으로 1인칭 시점 소설의 한예가 되고 있다. 이에 비하면 1인칭 관찰자 시점은 서술자가 <나>이되 <나>자신의 문제보다 <나>자신에게 비치는 주변 인물의 인생이나 사회 현실 문제 따위를 서술하는 양식이 되고 있다. 이원하의 「이 강산 낙화유수」는 일제 때부터 6.25를 거치는 동안의 <나>의 전 가족 이야기를 <나>의 시점으로 서술하는 소설로 1인칭 관찰자 시점의 한 전형적인 예가 된다. 가령 당시 심사평에서 「화자가 현재 무엇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언급이 없다」고 지적된 것처럼 <나>자신의 신분이나 처지를 밝히기 보다 <나>주변 인물들의 인생이 <나>의 관찰 대상이며 서술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이다. 3인칭 작가 시점은 어떤 특정한 한 인물의 눈을 통해보여지는 그 인물의 주변사를 서술하는 양식이 된다. 정영길의 중편 「무화과나무의 꽃」은 정치 사회적으로 혼란을 겪고 있는 이 시대의 청춘을 상징하는 한 인물인 <황중식>의 눈으로 그를 둘러싼 학원 문제, 군대 문제들을 그 자신의 개인적 관계를 서술함으로써 부각시키는 소설로 3인칭 시점의 좋은 예가 되고 있다. 3인칭 작가 시점은 특정한 인물을 등장시켜 그 인물의 행위를 작가의 시점으로 서술하는 양식이 된다. 3인칭 시점이 그 인물의 시점이라면 이것은 그 인물의 행위를 작가의 시점으로 서술한다는 것이다. 가령 유영숙의 「햇무리」는 노년의 한 여인이 자식들의 집을 순례하면서 겪는 일들을 작가의 시점에서 서술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이 경우 작가는 주인공 여인의 내면과 그 주변 정황을 서술하는 임무만을 맡는다. 효성은 바라지 않았다. 눈에 드러나는 거부만을 하지 않기를 바랐다. 모른 척 어떻게 비비고 들면 얼마 이상은 함부로 훼손 못하는 체면이란 것도 있고 해서 적당히 대면해 가면 아무 일 없는 양 그냥저냥 지낼 수 있으리라 했다. 이와 같이 작가는 주인공 여인의 내면과 같은 처지에서 서술할 수 있다. 반면에 주인공 외의 딴 인물의 행위에 대해서는 아래와 같이 객관적인 정황만 서술하는데 그친다. 그러나 세째며느리의 영악한 머리는 언제나 영주댁보다 한수 위에 있었다. 영주댁의 짐짓 해 보는 친밀한 듯한 수작에 얼렁뚱땅 넘어가지 않았다. 무슨 핑계든지 대고 한 공간에 있기를 기피했다. 그러니까 주인공의 내면을 서술하되 그 외의 객관적인 사실까지 서술한다는 점에서 3인칭 시점과 다르고, 주인공 외의 다른 인물에 대해 서술은 하되 그 내면을 말하지 않고 객관적인 행동만 서술한다는 점에서 앞서 말한 전지적 작가 시점과 다른 것이 이 3인칭 작가 시점인것인다. 구효서의 「마디」, 홍순목의 「호수의 눈」, 신광식의 「어느 순례」, 전진우의 「서울 1986년 여름」등이 이 시점으로 쓰여진 소설인데 특히 「서울 1986년 여름」은 다음과 같은 작가의 소설의 상황 설정에 대한 직접적인 서술로부터 등장인물을 내세우는 방법을 취하고 있어 흥미를 끈다. 김승옥(金承鈺)의 「서울 1964년 겨울」을 기억하고 있는 독자들이라면 이 소설의 제목만을 보고서도 대뜸 그렇고 그런 인물 설정에 그러저러한 이야기려니 지레짐작을 할지도 모른다. 기실 그같은 짐작이야 독자의 재량에 속할 터여서 굳이 시비를 가릴 생각은 애저녁에 없다. 다만 김승옥의 겨울로부터 이십여 년이 지난 서울과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그렇고 그런 이야기>로 빗대어 지레짐작될 수 있다고 한다면 그 또한 한편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잖겠는가. 이처럼 소설에서의 시점은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일관된 자세를 결정지우는 힘이 되고 있으며, 경우에 따라 소설적 흥미를 돋우는 작용까지 담당하게 된다. 독자는 소설의 시점에서 얻어진 어투에서 소설의 분위기를 미리 습득하게 되는 것이다. <표-5>에서 보면 1인칭 시점과 1인칭 관찰자 시점이 각각 전체의 31%와 36%를 차지함으로써 신춘문예 당선소설의 시점은 대체로 1인칭의 서술 방법을 취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점은 단편소설이 가지는 개인성과 연관되는 통계로 보여진다. 신문사별로 보면 중앙일보 와 경향신문 당선 소설들이 시점의 다양성을 보이고 있고 서울신문은 소설 형태에서 이야기체와 관련지어 다섯 편 모두가 1인칭 서술법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심사 성향 분석 신춘문예는 대체로 매년 12월 10일 경에 응모작품을 마감하고 그해 12월 23일쯤에 당선작 개별 통지를 하는 매우 특이한 제도이다. 따라서 소설의 경우 기백편의 응모작 중에서 단 한 편을 가려뽑는 심사 기간은 불과 십여일 이 중에서 마감에서 예심까지의 기간이 적어도 일주일 이상 걸린다고 보면 실제 본심에 주어지는 시간은 많아야 5∼7일간이다. 이처럼 짧은 심사 기간에서 한편을 택하는 과정이 아무리 공정하다 할지라도 작품의 다량에 따른 사무 착오나 심사 소홀도 전혀 배제할 수는 없는 일이다. 하지만 그 점은 신문사 측의 역량과 성의에 달린 것이고 보다 중요한 것은 본심위원들의 심사기준일 것이다. 단기일에 많은 작품을 보아야 하는 부담감과 그 중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 반드시 한 편만을 선정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안고 심사에 임하다 보면 심사위원 나름의 가치 판단 기준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물론 심사위원들의 능력과 수준을 의심하는 말이 아니다. 실제로 두 개 의 신문사에 같은 작품을 투고 해서 한 신문사에서는 많은 문제점을 지적받으며 낙선당하고 다른 신문사에서는 당선의 명예를 안는 경우도 있고 보면 투고자들로서는 심사자들의 성향에 아주 무관심하게 있기도 좀 껄끄러운 일이다. 또한 따지고 보면 두 개의 신문사에 같은 작품을 투고하는 투고자들의 비도덕성을 비난할 처지도 아닌 것이다.
(표 6-1) 심사위원 일람표
<표6-1>에서 보면 최근 5년동안 신춘문예 소설부문 심사위원의 연인원은 모두 80명이었다. 이 중 타문사와 중복되거나 다른 해와 중복되는 경우를 감안하면 실제 인원은 28명으로, 소설가가 19명 평론가가 9명이었다. 소설가 1명에 평론가 1명이 합세하는 심사위원 구성이 통례처럼 여겨지고 있으나 실제로 조선일보, 서울신문, 경향신문은 5년 동안 줄곧 소설가에게만 심사를 맡겼고, 한국일보는 매해 대체로 소설가·평론가를 혼합한 4명의 심사위원을, 중앙일보는 5년 동안 2명의 소설가와 1명의 평론가를 한 팀으로 하는 심사위원 구을 보여주었다. 동아일보 중편의 유종호, 단편의 최일남, 조선일보의 황순원·전광용 등은 5년 연속 같은 신문사의 심사를 맡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이 심사위원들은 실제로 최근 5년간만이 아닌 70년대부터 지금까지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으며 특히 조선일보의 경우 각 부문 심사위원 모두를 종신 심사위원으로 추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이변이 없는 한 당분간 두 소설가의 심사가 계속될 전망이다. 또 소설가 김동리의 경우는 주로 서울신문의 심사를 도맡아 오면서 한국일보·경향신문 심사에도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고, 중앙일보의 경우 평론가 김치수가, 서울신문의 경우 소설가 김동리·서기원이, 경향신문의 경우 소설가 홍성원이 각각 86년까지 심사를 맡았다가 87년에 교체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중앙일보는 이청준·이문구가 84년이후 4년동안 심사를 맡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심사위원 가운데 6회 이상 심사를 한 사람은 소설가 김동리·최인훈 평론가 유종호 등 3명이고 5회 이상은 황순원·전광용·최일남·이청준 등 소설가 4명 이었는데 이들 7명이 차지하는 심사회수는 전체 80회중 38회로 48%나 되고 있어 심사위원의 폭이 그리 넓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 밖에 4회 이상이 3명, 3회 이상이 2명, 2회 이상이 5명이었다. (표 6-2) 5회이상 심사위원 일람표
<표-6-2>는 최근 5년간 5회 이상 신춘문예심사를 맡은 7명에 대한 심사 성향을 밝힌 도표이다. 각 신춘 문예의 심사위원이 2∼4명인데 비해 심사평은 그 심사위원 중 누구의 관점이 중점적으로 적용된 것인지 밝히기가 어렵고 특히 조선일보의 경우 5년 연속 같은 두 사람만이 심사를 맡았기 때문에 개별적 관점을 밝히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또 심사평이란 것이 주로 최종심에 남은 서너 작품을 주대상으로 삼은 것이기 때문에 반드시 그 심사자의 선별 관점이 직접적으로 드러나고 있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대체로 심사 때마다 비슷한 관점을 예시하는 경우가 있어 이를 종합하면 그 심사자의 심사 관점을 간략화할 수 있다. 신춘문예 심사를 6회나 맡은 김동리의 경우 서울신문의 심사에서는 주로 주제의식·문제의식을 무리 없이 서술하고 전개하고 있는 작품을 취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나명순의 「우일병과 분대장」을 뽑을 때 비교적 안정된 문장 속에 작자의 생각과 감정이 무리 없이 소회되어 있음을 인정했고, 정수남의 「접목」을 뽑을 때 문장이 너무 답답한 것을 흠으로 지적하면서도 자연스러워 거슬리는 데가 없음을 인정하였으며, 백상태의「어떤 묘」를 뽑을 때 지나치게 소설적으로 꾸미려고 애쓴 것을 지적한 것을 보아, 무리없는 서술과 전개로서 주제를 부각시키는 작품을 취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역시 6회나 심사를 맡은 최인훈은 한국일보와 동아일보 중편을 주로 맡으면서 신인다운 패기와 착상의 참신성 (유정룡의 「열펴라 문」)을 지적하기도 하고 세태습속에 대한 관심을 표현하는 방법에 대한 지적 (이창동의「전리」, 권선숙의 「숨은 문」)도 가했다. 이는 그의 관점이 보다 세태적인 것, 젊은 것으로 향해 있음을 짐작하게 한다. 평론가로서는 유일하게 6회를 기록하고 있는 유종호의 경우는 동아일보 중편을 5년 연속 맡으면서 사회 현실에 대한 신인다운 해석력을 중시하고있다. 최성각의「잠자는 불」, 김지수의 「등」과 같은 고발성 짙은 소설은 심사자의 관심에 걸맞은 작품이라 볼 수 있다. 조선일보에서 5년 연속 심사를 맡은 황순원·전광용의 경우는 주된 관점을 소설이, 다루고 있는 문제가 아니라 소설이 가진 미학적·가치문제에 두고 있었다. 주제별·형태별 분석에서 드러난 바와같은 개인적이고 내면적인 문제의 섬세한 드러냄이란 장점을 가진 작품이 선호되는 경향을 보였다. 또한 동아일보 단편을 5년 연속 맡아온 최일남의 경우는 사회 현실에 대한 관심을 표명한 작품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안석강의 「국외자」, 강병석의 「낱말찾기」가 그 좋은 실례가 된다. 5회를 맡은 이청준의 경우는 누구보타 개성을 중시하는 심사위원으로 나타났다. ■ 결 론 지금까지 논의된 것을 다시 요약·정리하면 대체로 다음과 같이 정리될 수 있을 것이다. 주제별 분석·배경별 분석·형태별 분석을 두루 통해보면 최근 5년 동안의 신춘문예 당선작들은 대체로 삶의 현실성이나 일상성을 드러내는 양식을 취하여 인간의 보편적인 진실을 부각시키는 경항이 압도적으로 많다는 점이다. 이 사실은 시점별 분석 에서도 1인칭 서술 양식이 많다는 점과 관련하여 신춘문예 당선 소설, 나아가 우리나라 단편소설이 가진 특징 또는 한계를 유추할 수 있게 한다. 그것을 의문형으로 기술하면 이렇다. 첫째, 우리의 단편소설은 대체로 개인 공간의 체험 세계에 머물고 있지 않나 하는 것. 둘째, 따라서 우리의 단편소설이 가진 문학적 상상력의 폭도 심회되기 어렵지 않느냐 하는 것. 세째, 우리의 문학계가 단편소설에 할애하는 의식적·제도적 관심이 중·장편 소설에 비해 너무 지대하지 않느냐는 것. 네째, 신춘문예 또한 우리의 문학적 확장에 크게 기여하지 못하는 한 제도이며 따라서 심사에 주어지는 관점 또한 능동적이고 활발한 것보다는 안정되고 무난한 것을 취하 되어 있지 않느냐 하는 것. 다섯째, 결과적으로 우리의 문학적 확장은 작가의 역량과 더불어 문화적·제도적 장치의 다양성에 기댈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것. 물론 이러한 지적은 최근 5년간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을 대상으로 삼은 데서 온 편견일 수도 있음을 감안해야 할 것이지만, 보다 진지한 노력으로 이러한 문제점을 음미하고 타개하는 자세야 말로 문학을 위해 사회를 위해 가장 필요한 일이 될 것이다.
|
'이야기舍廊 > 詩와 글 공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시인이란 무엇인가? / 신경림 (0) | 2011.12.21 |
---|---|
[스크랩] 시란 무엇인가-시인 44인의 깨달음 (0) | 2011.12.20 |
[스크랩] 시작법 제 13강 시의 행과 연의 구성 (0) | 2011.12.16 |
동호인 시인 세상 - 이장원의 글 중에서 - 퍼온 글 (0) | 2011.12.16 |
문태준 시인의 <나의 詩論> - 퍼온 글입니다 (0) | 2011.12.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