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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4월1일 Facebook 첫 번째 이야기

취몽인 2013. 4. 1.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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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곰곰...
    대학 때, 술자리에서의 단골 주제는 '예술이 뭐냐?'였다. 즉, 내가 너무 좋아서 하는 것 그것이 예술이냐, 그럼 관객들은 누군가 자기 좋아 하는 짓을 왜 돈 내고 보느냐? 어릴적이지만 심오한 고민이었고 아무도 대답을 못 찾았다. 지금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지금은 그런 대화가 사라졌을뿐이고, 이제 그런 주제가 낯 간지럽다. 그냥 닥치고 일! 왠지 그런 대화들이 지금까지 걸어온 우리의 발자취를 부끄럽게 하기 때문일까? 
     
    진실성이 아마도 예술과 장사를 구분하는 기준이 되지 않을까? 자신의 작품이 믿는 바와 닮아있는, 자신이 믿는 대로 실행하는... 
     
    빨간시의 작가, 연출가 이해성씨는 매주 수요일 빨간꽃을 달고 소녀상으로 간다고 한다. 그가 쓴 빨간시를 그래서 예술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작품을 본 사람들이 모두 그 작품을 예술이라 말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예술이 예술가의 삶을 닮는 것이라면 그 예술가의 삶을 알아야 진정 그 예술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대학시절 타르곱스키의 '희생'을 개봉관에서 본 적이 있다. 그 유명세로 객석은 만원이었지만 대부분은 잠이 들었다. 그의 삶과 시를 이해해야 영화를 이해할 수 있었을 텐데, 그러기엔 우리 대다수는 그 작가의 삶에 대해 무지했다. 그냥 누군가 쓴 기사를 읽고 티비에 나오는 말들을 믿었을 뿐... 
     
    예술에 정답은 없다. 다만 예술을 이해하려면 그 삶을 이해해야 하고 그러려면 거기에 따른 공부를 해야한다. 
     
    그래서 조명이 어떻고, 동선이 어떻고, 연기가 어떻고, 무대가 어떻다느니 라는 비평은 결과를 중시하는 상업작품에 걸맞다. 내가 낸 돈의 가치만큼 상품의 완성도를 기대하는 것은 당연하니까!  
     
    하지만, 자신의 삶을 통해 작품을 구현하는 이들에게는 그들의 삶과 작품을 함께 감상하고 그리고 그런 그들의 삶을 지지하고 보존한다는 의미에서 관람료를 기부하는 정서가 우리의 척박한 예술계에도 만들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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