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밤마다 바다로 떠난다
불이 꺼졌다
벽을 밀고 닻을 올리자
나의 배는 작은 선실이 달린 목선
엔진을 끄고 돛을 펼치면
모든 것이 지워진 남쪽으로
키를 고정시키고 떠난다
한번도 어딘가에 도착해본 적 없는
출항과 항해
기항지도 없는목선은
어둠 속을 저혼자 떠가고
나는 선실에 쪼그려
기름이 떨어진 엔진을 걱정한다
목적 없는 의무
하지만 어김없이 떠나온
벽 뒤의 항구
오늘도 아내는 모로 잠들고
나는 또 벽을 밀고 나선다
어디쯤에서 사라질까
목선의 삐그덕 소리
솟아 오르며 딛는 바다
어두운 바람이 불어
스르르 미끄러지는 의식
끝 모를 깊이로 떠나는 상실의
목선 또 한 밤.
2013. 5. 18초고 / 5. 20 수정 / 모던포엠 2013 8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