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舍廊/2021전 발표 詩

나는 밤마다 바다로 떠난다

취몽인 2013. 8. 5. 12:36

 

 

 

 

나는 밤마다 바다로 떠난다

 

 

 

불이 꺼졌다

벽을 밀고 닻을 올리자

나의 배는 작은 선실이 달린 목선

엔진을 끄고 돛을 펼치면

모든 것이 지워진 남쪽으로

키를 고정시키고 떠난다

 

한번도 어딘가에 도착해본 적 없는

출항과 항해

기항지도 없는목선은

어둠 속을 저혼자 떠가고

나는 선실에 쪼그려

기름이 떨어진 엔진을 걱정한다

 

목적 없는 의무

하지만 어김없이 떠나온

벽 뒤의 항구

오늘도 아내는 모로 잠들고

나는 또 벽을 밀고 나선다

어디쯤에서 사라질까

 

목선의 삐그덕 소리

솟아 오르며 딛는 바다

어두운 바람이 불어

스르르 미끄러지는 의식

끝 모를 깊이로 떠나는 상실의

목선 또 한 밤.

 

 

2013. 5. 18초고 / 5. 20 수정 / 모던포엠 2013 8월호

 

 

 

'詩舍廊 > 2021전 발표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서브리미널 스마일  (0) 2013.09.23
중독 1  (0) 2013.08.05
어떤 안부  (0) 2013.07.23
추산  (0) 2013.07.12
回生  (0) 2013.06.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