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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 월말,
오전 약속을 비우고
일주일 넘게 읽어내지 못한
바슐라르 50쪽을 해치웠다.
여유는 이런 것인가 보다.
마음 먹고 삽십분 만에 할 수 있는 일을
일주일 동안 들었다 놨다만 반복하게 하는 것.
그 여유 부재의 일주일은
우물쭈물, 안절부절로 채워진 시간.
마음은 그렇게 시간을 낭비시키기도 한다.
베란다 한쪽에 심은 과꽃 씨앗이 싹터
맥없는 줄기 끝에 노란 꽃을 피웠다.
땅이 얕고 척박해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싶지만
겨우 목숨을 부지하면서도
미래를 위한 의무를 다하는 꽃이 슬퍼보인다.
반면 제멋대로 날아와 화분에서
씩씩하게 자란 잡초 한 포기는
너무나 당당하다.
꽃 피울 기색은 전혀 없다.
그저 좁은 화분이나마 마음껏 뻗어오르고 가지를 펼쳤다.
발 아래 병약한 과꽃을 조롱하듯.
자유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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