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舍廊/하루 에세이

2014년 3월8일 Facebook 이야기

취몽인 2014. 3. 8. 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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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말 아침.
    시 한 편으로 드리는 기도
    공유합니다.
    오래된 기도  
     
    - 이문재  
     
    가만히 눈을 감기만 해도  
    기도하는 것이다  
     
    왼손으로 오른손을 감싸기만 해도  
    맞잡은 두 손을 가슴 앞에 모으기만 해도  
    말없이 누군가의 이름을 불러주기만 해도  
    노을이 질 때 걸음을 멈추기만 해도  
    꽃 진 자리에서 지난 봄날을 떠올리기만 해도  
    기도하는 것이다  
       
    음식을 오래 씹기만 해도  
    촛불 한 자루 밝혀놓기만 해도  
    솔숲 지나는 바람소리에 귀 기울이기만 해도  
    갓난아기와 눈을 맞추기만 해도  
    자동차를 타지 않고 걷기만 해도  
       
    섬과 섬 사이를 두 눈으로 이어주기만 해도  
    그믐달의 어두운 부분을 바라보기만 해도  
    우리는 기도하는 것이다  
    바다에 다 와가는 저문 강의 발원지를 상상하기만 해도  
    별똥별의 앞쪽을 조금 더 주시하기만 해도  
    나는 결코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기만 해도  
    나의 죽음은 언제나 나의 삶과 동행하고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인정하기만 해도  
     
    기도하는 것이다  
    고개 들어 하늘을 우러르며  
    숨을 천천히 들이마시기만 해도  
     
    -출전 / 『시와 사상』 2008년 가을호  
     
    나이먹어 그런가 ~ 개콘의 문재오빠땜에 그런가 ~   
    이문재 시인 글이 점점 좋아진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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