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舍廊/2021전 발표 詩

가까움의 거리

취몽인 2014. 8. 27. 14:46

 

 

 

가까움의 거리

 

 

 

지나가는 팔월은

가까운 것들로 채워졌다

 

참 오랜 만에 떠난

아내와의 여행

바다를 비껴 흐르고

호사스런 끼니를 누리며

알뜰하게 느낀 어색함

시간은 참 더디 흘렀다

돌아가고 싶다는 마음만 주렁 매단

닿은 맨 몸 사이의 거리

 

삼십일년 전 떠난

아버지를 만나는 묘혈의 자리

경상도 사람들 남 달리 억센 타박

일상이니 고쳐보잔 소리에

일제히 쏟아지는 원성

동생은 자리를 피하고

어머니와 아내는 한숨

태초 또한 여전히 멀다

 

삼십육년 만에 나타난

이종사촌 가족 다섯명

할 수 있는 말은 지나간 것들뿐

웃음 뒤에 맺힌 낯설음

두 시간 한 끼 뒤엔 또 다른 소멸이

친절해야 하고 반가워해야 하는

의무의 근원에 자리한 피로

먼 가까움은 역시 멀어

 

두 딸의 졸업

언니를 위해 무릎 굽히고 사진 찍는 둘째

아내의 눈물은 먼 분노

첫 인사하러 온 딸의 애인

부모 앞에서 손 잡고 위로하는 딸

붕붕 떠다니는 몇 마디

스마트폰에 범람하는 축하

떠날 준비된 가까움

 

지나가는 팔월은

수많은 가까움들의 등을 보는 시간

 

 

2014. 08. 27 / 2014. 10월 모던포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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