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움의 거리
지나가는 팔월은
가까운 것들로 채워졌다
참 오랜 만에 떠난
아내와의 여행
바다를 비껴 흐르고
호사스런 끼니를 누리며
알뜰하게 느낀 어색함
시간은 참 더디 흘렀다
돌아가고 싶다는 마음만 주렁 매단
닿은 맨 몸 사이의 거리
삼십일년 전 떠난
아버지를 만나는 묘혈의 자리
경상도 사람들 남 달리 억센 타박
일상이니 고쳐보잔 소리에
일제히 쏟아지는 원성
동생은 자리를 피하고
어머니와 아내는 한숨
태초 또한 여전히 멀다
삼십육년 만에 나타난
이종사촌 가족 다섯명
할 수 있는 말은 지나간 것들뿐
웃음 뒤에 맺힌 낯설음
두 시간 한 끼 뒤엔 또 다른 소멸이
친절해야 하고 반가워해야 하는
의무의 근원에 자리한 피로
먼 가까움은 역시 멀어
두 딸의 졸업
언니를 위해 무릎 굽히고 사진 찍는 둘째
아내의 눈물은 먼 분노
첫 인사하러 온 딸의 애인
부모 앞에서 손 잡고 위로하는 딸
붕붕 떠다니는 몇 마디
스마트폰에 범람하는 축하
떠날 준비된 가까움
지나가는 팔월은
수많은 가까움들의 등을 보는 시간
2014. 08. 27 / 2014. 10월 모던포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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