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舍廊/2021전 발표 詩

돌아간다는 일

취몽인 2017. 4. 8. 19:19




돌아간다는 일

 


 

꽃도 덜 피었는데

해가 진다

돌아갈 시간이 지났는데

아직도 언덕 위에 섰다

저 아래

산판길을 지나면

늘 불행한 목련 한 그루

기다릴 것인가

두려울 것인가

돌아보면 언제나 목말랐던

엇 자란 가지 둘

제각기 꽃 피우고

제각기 잎 떨구었지만

마주보고 서러울뿐

문 열고 들어서면

발치에 쌓일 식은 목례 몇 잎

우리는 그저 결핍으로만 피고 지지

나는 친절하지 못하고

너는 상처가 깊어

늘 피지만 또 늘 지는

사랑같은 건 목젖 아래 맺힌지 오래

언덕은 조금 더 두꺼워졌는데

시간은 자꾸 시들고

돌아가야 하는데

꽃은 통

피지를 않고

 

 

20170408 / 모던포엠 2017년 6월



'詩舍廊 > 2021전 발표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낭창한 힘  (0) 2017.05.04
눈물이 나요  (0) 2017.05.04
탈춤  (0) 2017.03.20
나무  (0) 2017.01.03
眉間  (0) 2016.1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