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에 매달려 쓴 시 / 정호승
이대로 나를 떨어뜨려다오
죽지 않고는 도저히 살 수가 없으므로
단 한사람을 위해서라도 기어이
살아야 하므로
벼랑이여
나를 떨어뜨리기 전에 잠시 찬란하게
저녁놀이 지게 해다오
저녁놀 사이로 새 한마리 날아가다가
사정없이 내 눈을 쪼아 먹게 해다오
눈물도 없이 너를 사랑한 풍경들
결코 바라보고 싶지 않았으나
바라보지 않을 수 없었던
아름다우나 결코 아름답지 않았던
내 사랑하는 인간의 죄 많은 풍경들
모조리 다 쪼아 먹으면
그대로 나를 툭 떨어뜨려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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