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舍廊/좋은 詩 모음

챔파꽃이 피어 있는 집/라빈트라나트 타고르

취몽인 2018. 2. 5. 21:43

챔파꽃이 피어 있는 집 /라빈트라나트 타고르

 

 

내가 장난으로 챔파꽃이 되어서는

저 높은 가지에 피어

바람에 웃으며 흔들리고

새로 핀 잎 위에서 춤추고 있다면

엄만 나를 알아보실까?

 

엄마는 이렇게 부르실 거야

"아가야, 어디 있니?"

그럼 난 살짝 웃고는

아무 말도 안 할 거야

나는 살며시 꽃잎을 열고

엄마가 하는 일을 몰래 보고 있을 거야

 

엄마가 목욕을 한 다음

젖은 머리를 어깨에 늘어뜨리고

기도 드리는 작은 마당으로 건너가려

챔파나무 그늘 속을 걸어갈 때

엄마는 꽃향기를 맡을 테지만

그것이 내게서 풍겨 나오는 줄 모르실 거야

 

점심밥을 먹은 다음

엄마가 창가에서 라마야나 이야기책을 읽을 때

나무 그늘이 엄마의 머리와 무릎 위에 어리면

나는 내 아주 작은 그림자를

엄마가 읽는 책 위에 드리울 거야

엄마가 읽고 있는 바로 그 자리에

 

엄마는 그것이

엄마의 작은 아기의

보잘것없는 그림자인 줄 정말 아실까?

 

저녁 무렵

엄마가 등잔불을 손에 들고 외양간으로 가면

나는 급히 다시 땅에 떨어져

또 한 번 엄마의 아기가 되어

옛날 이야기를 조를 거야

 

"어디 갔었니

요 장난꾸러기 내 아가야?"

"그것은 말 못해요, 엄마."

 

그때엔 엄마와 내가

이런 얘기를 할지도 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