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도를 위하여
개나리꽃이 피지 않는 걸 보고 봄을 기다린다
언 귀를 비빈다.
살아 남아야지,
개나리꽃이 피지 않는 걸 보고 봄을 기다린다.
할 말은 미리미리 삼키고
생수를 마신다.
바닥난 하늘을 본다.
흐림.
함박눈이 내리려나?
꼬리를 감춘 사람들이 얼핏 온화해 보인다.
1974년, 무죄?
제 죄명을 모르시다니요?
제 땅에 악착같이 살아 있잖아요?
제 땅에서 죽으려는, 죽을 죄를 졌잖아요?
무슨 소릴, 제 땅이라니? 이 땅은 공동 소유야. 넌 무죄야, 죄가 없어.
정말 죄가 없어요?
그렇다면 이 고마움 저 혼자 가져도 좋을까요?
무인도를 위하여
바닷물이 스르르 흘러 들어와
나를 몇 개의 섬으로 만든다.
가라앉혀라,
내게 와 죄짓지 않고 마을을 이룬 자들도
이유 없이 뿔뿔이 떠나가거든
시커먼 삼각 파도를 치고
수평선 하나 걸리지 않게 흘러가거라,
흘러가거라, 모든 섬에서
막배가 끊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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